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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사도 ‘세대교체’…삼성생명 홍원학·삼성화재 이문화·삼성증권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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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 최정아 기자

승인 : 2023. 12. 03. 18:30

젊은 인사 등용···안정보다 변화
홍원학, 삼성전자 경영전략 상무 등 역임
이문화, 일반보험본부장 등 경험 갖춰
박종문, 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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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2024년 사장단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삼성에도 적용됐다. 삼성 역시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생명과 화재, 증권, 카드, 자산운용 등 5개 금융계열사 중 3곳의 수장이 교체됐다.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둔화 등 경기불확실성에도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은 올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이에 교체보다는 유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했다.

하지만 금융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동성이 더욱 커진 만큼, 삼성그룹은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동시에 역동성을 지닌 젊은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삼성 금융계역사의 맏형인 삼성생명 사령탑엔 삼성화재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한 홍원학 대표이사를, 삼성화재 CEO(최고경영자)에는 생명과 화재에서 전략과 영업을 총괄해온 이문화 부사장이 내정됐다.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맡아온 박종문 사장이 맡게 됐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1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주요 금융계열사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삼성생명은 홍원학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추천했다. 현재 삼성화재를 이끌고 있는 홍원학 사장의 삼성생명 CEO 내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깜짝 인사라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홍 내정자가 지난 2년간 삼성화재를 진두지휘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삼성화재는 지난 2년간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해왔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순이익 1조1414억원을 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1조6443억원을 달성했다. 3분기 만에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넘어선 것이다.

홍 내정자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삼성화재 사장직에 있었을 때도 현장을 직접 챙겨왔다. 삼성생명에서도 이 같은 추진력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른 강점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것이다. 홍 내정자는 1990년 삼성생명 공채로 입사한 전통 삼성맨으로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 1본부장을 거치며 영업과 전략, 경영관리부문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삼성화재에서는 핵심 조직인 자동차보험본부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0년에는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를 맡으면서 그룹 전반을 살펴본 경험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화재의 실적을 크게 성장시킨 홍 내정자가 삼성생명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고령화로 성장이 멈춘 전통 생명보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디지털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존재한다.

또한 IFRS17(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보장성 보험 비중을 높여거야 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IFRS17 체계에서는 보장성 보험 영업이 생명보험사에서도 중요한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홍 내정자는 삼성화재에서 해외법인 설립과 현지 기업 지분투자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 글로벌 실적을 큰 폭으로 올렸다. 여기에 헬스케어·다이렉트 플랫폼도 적극 개편했다.

특히 홍 내정자는 삼성생명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자신만의 성장전략을 수립해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화재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전략통'으로 알려졌으며,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양사에서 모두 '영업전략본부장'직을 거쳤다. 더불어 계리RM팀장, 일반보험본부장 등 일반보험 부문을 이끌어 본 경험을 갖추고 있다.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삼성금융 보험계열사들의 성장에 일조하면서, 전임 사장인 홍 내정자의 뒤를 이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으로 부임 후 GA시장 등 변화에 민감한 '손해보험업 DNA'를 이식해 삼성생명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화재는 이 내정자에게 사업 포트폴리오 공고화와 변화·혁신을 위한 조직문화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삼성화재 공채 출신으로 30년 동안 삼성화재에 몸담은 인물이다. 그만큼 내부 이해도가 높아 임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임직원 상당수가 이 내정자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최영무 전 대표에 이어 삼성화재 공채 출신 중 두 번째 최고경영자가 된다.

리더십도 홍 내정자와 닮아있다는 평이다. 디테일에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성격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이 내정자는 실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첫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다.

내년에는 올해와 달리 IFRS17 반사효과가 적고 경기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IFRS17 체계 도입 이후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 등 보험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치열해지는 보험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도 차별화된 상품으로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내정자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내정자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금융일류화추진팀에 몸을 담았고,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금융경쟁력제고T/F의 장을 맡아 이끌었다.

금융경쟁력제고T/F에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전반을 살폈으며, 미래먹거리 창출과 시너지를 지원해왔다. 작년 새롭게 출범한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통합 플랫폼 '모니모'에도 일조했다.

올해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맡아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에서도 운용사업 안정을 도모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략을 내세웠다. 기존 채권 분야를 넘어서 투자를 다변화해 수익성을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박 내정자는 글로벌 사업에 있어서 성장성과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를 추진했고, 직접 진출보다는 해외 현지 대체투자 전문사의 지분을 취득했다. 현지 회사가 전문적으로 운용을 하고 삼성생명은 공동 투자를 통해 역량을 키우는 방식을 추진한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인프라 투자 전문 운용사 '메리디암' 지분 취득으로 이어졌다. 이후 박 내정자는 미국 등에 진출, 글로벌 대체투자 역량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자산운용 투자 성향은 증권업과 잘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 불안한 경영환경에서도 삼성증권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왔다는 점은 박 내정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내년에도 긴축정책 지속,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증권업을 둘러싼 악재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자산운용 강점을 가진 박 내정자가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리스크 관리가 증권사 수익성에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내정자가 사내에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란 평가다.

그동안 삼성증권이 강조한 '디지털을 통한 리테일·자산관리 부문 경쟁력 강화'와 '전통IB(ECM, DCM)' 성장 등 사업다각화 기조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이 기존에 갖고 있는 강점을 유지하면서, 박 내정자만의 혁신을 어떻게 녹여내 추진할지가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손강훈 기자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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