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사적 제재 판치는 韓①] 사람들은 왜 ‘탐정 카라큘라’에 열광하나

[사적 제재 판치는 韓①] 사람들은 왜 ‘탐정 카라큘라’에 열광하나

기사승인 2024. 01. 10. 06: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범죄피의자 신상공개 활동으로 구독자 130만 넘겨
동시에 명예훼손·모욕 피의자 돼…"악법도 법 체감"
전문가 "공권력에 대한 불신, 사적 제재 콘텐츠 양산"
news_1685860522_1240471_m_1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 화면 캡처
#구독자 13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카라큘라'는 지난해 자신의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를 통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압구정역 롤스로이스 차량 돌진 사건의 가해자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많은 누리꾼은 카라큘라의 활약에 "피해자를 위해 앞장서 감사하다" "처음으로 후원금을 남긴다"며 찬사를 보냈다.

#12년간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현실판 '더 글로리' 주인공으로 알려졌던 표예림씨는 지난해 10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표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수많은 유튜버가 이른바 '인터넷 수사대'를 자처하며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표씨에 대한 가짜뉴스들이 확대·재생산됐다. 표씨의 극단적 선택은 유튜버 A씨의 2차 가해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퍼져 나갔다.

이른바 '탐정 유튜버'를 자처하며 수사기관이 하지 못하는 피의자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범죄 피의자에 대한 '사적 제재'에 일단 통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이러한 콘텐츠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법부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유튜버 카라큘라는 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 활동으로 많은 구독자와 인기를 얻게 됐지만 동시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협박·업무방해·개인정보법 위반 등 여러 소송에도 걸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카라큘라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위법 행위가 연속되면 상습범이 되고 결국 실형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이제야 체감한다. 당분간은 몸을 사려가며 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카라큘라와 같은 '탐정 유튜버'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데는 '사적 제재' 행위에 따른 처벌을 감수할 만큼 콘텐츠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카라큘라 자신도 '돈을 벌기 위한 활동'임을 특별히 숨기지 않는다. 유튜브의 경우 '스팸이나 기만 행위' '성행위와 과도한 노출' '아동 안전'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위반이 아니라면 콘텐츠에 대한 자유도가 높아 제2, 제3의 카라큘라를 노리는 유튜버들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중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권력이 해야 할 일이 사적 제재의 영역에서 유튜브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홍완식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지금과 같은 사적 제재를 낳고 있는 것"이라며 "물론 유튜브 콘텐츠 또한 '남의 것을 엿보고자 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수단일 수 있어 제재가 필요하지만 공권력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알려주지 못하는 사실을 시원하게 알려주는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21년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국민법의식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고 생각한 국민은 53.8%에 그쳤다. '법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응답 역시 51.6%에 불과했다. 결국 범죄 피의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지지 못하는 사이 '사적 제재'가 각광받게 됐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국민 여론에 반하는 형집행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공권력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범죄자에 대한 법집행에서 형량 선고가 그에 맞게 내려지지 않고 만약 솜방망이 처벌이 나온다면 국민들은 더욱더 사적 제재 콘텐츠에 열광하고 계속 싹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