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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3선 금지여도…조코위 대통령, 인니 대선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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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02. 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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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14일 치러지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다. 3선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하는 임기말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킹메이커'로 주목받는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이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조코위 대통령의 이름은 투표용지에 없지만 그가 이번 대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특히 그의 고향인 중부자바주(州)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이번 대선 후보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기브란은 집권 여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대통령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의 러닝메이트가 아닌 야당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의 대통령 후보이자 현 국방부 장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러닝메이트로 손을 잡았다.

프라보워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조코위에게 패배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51.9%를 기록해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라보워는 지지율 2위인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23.3%)를 무려 28.6%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전문가들은 프라보워의 이같은 인기 비결이 '조코위 효과' 때문이라 분석했다. 올해 10월 물러나는 임기 말 대통령이지만 지지율 80%를 기록하고 있는 조코위가 인도네시아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중부 자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때 조코위 대통령의 후계자로 여겨지며 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간자르 프라노워는 자신이 주지사를 지낸 이 곳에서 '홈'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인디케이터 폴리틱의 분석가 케네디 무슬림은 프라보워가 조코위의 아들 기브란과 손잡으며 전환점이 왔다고 분석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아들 기브란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후 자바 중심지에서 프라노워의 지지율은 68%로 30포인트 하락했고, 프라보워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프라노워를 넘어섰다. 중부·동부 자바에서 프라노워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아들을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삼고 프라보워와 친밀한 행보를 보인 '조코위 효과' 덕분이란 분석이다.

조코위 충성파들이 여당 대선 후보인 프라노워 지지에서 야당 대선 후보인 프라보워 지지로 돌아선 '급격한 이주'는 "피는 정당보다 진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유권자들이 기브란을 보며 조코위를 떠올리기 때문에 기브란이 없었다면 프라보워가 지금 같은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임기 말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킹메이커'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조코위 대통령의 처남이자 기브란 후보의 고모부가 소장으로 있는 헌법재판소는 기브란이 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 연령 자격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프라보워 후보를 독대하는 장면을 여러 번 노출하거나 지지자들 앞에서 프라보워의 기호 2번을 연상케 하는 손가락 V자를 만들어 흔들기도 했다. 또 지난 한달 간 비료·쌀·현금 지원 등을 '선심성 정책'으로 중부 자바를 세 번 이상 찾아 중립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인 국립 인도네시아대학(UI)과 조코위 대통령의 모교인 국립 가자마다대학(UGM) 등은 "민주주의 위기"라며 잇달아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13일 자카르타 포스트는 전날 국립 가자마다대학 앞에서 수천 명의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조코위 대통령의 선거 개입과 중립 의무 위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에는 조코위 대통령과 프라보워·기브란 후보의 불법적인 선거 운동을 고발하는 '더티 보트(Dirty Vote·더러운 선거)'란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공개됐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13일 정오 기준 약 71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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