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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총통 취임…대만 독립의 길 은근 모색

라이칭더 총통 취임…대만 독립의 길 은근 모색

기사승인 2024. 05. 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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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시작 1996년부터 독립국가 주장
3연속 집권당 입장에서 다른 선택 여지 한계
미국도 민진당 굴복 원치 않아
라이칭더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이 20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치러진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향후 '대만 독립'의 길을 은근히 모색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대만 롄허바오(聯合報).
20일 타이베이(臺北) 총통부 앞에서 취임식을 가진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신임 대만 총통이 향후 4년 동안 아예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은근히 '대만 독립'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긴장 완화는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분석은 그의 이날 취임사의 내용을 일별하면 크게 무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상태(不卑不亢)에서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 표명을 꼽아야 할 것 같다. 대놓고 '대만 독립' 구호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으나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중국의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특히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 유지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상호 불예속 △주권 침범·병탄 불허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을 영원히 견지한다는 차이잉원(蔡英文) 전임 총통 시절의 양안 관계 원칙인 이른바 네 가지 견지를 재차 강조한 것 역시 주목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려는 자세는 전혀 읽히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심지어 그는 "1996년 대만은 처음 직선으로 총통을 선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화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독립 국가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요지의 말도 입에 올렸다. 상당한 수위의 발언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이 들으면 대노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가 '대만 독립'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상당히 강경한 발언을 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그의 생래적인 '대만 독립' 성향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미국이 민진당과 그가 중국에 굴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여기에 '대만 독립'에 목을 매는 열성 민진당 지지자들과 퇴임 이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차이 전 총통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보인다. 한마디로 3기 연속 총통을 배출한 민진당의 실질적 수장인 그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그가 이날 중국에 유화적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화 및 교류에 나서겠다는 입장 역시 피력했다. 예컨대 "양자 대등한 관광·여행과 중국 학생의 대만 취학부터 시작해 함께 평화·공동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중국 입장에서는 긍정적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의 유화 제스처에 전혀 호응하지 않은 채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일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관영 매체를 총동원, 그에 대한 비난에 나선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취임식 전날인 19일 대만에서 수입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제재도 더욱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대만해협 주변에서의 무력 시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이날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과 함께 한 그의 취임식은 예정대로 무사히 잘 치러졌다. 51개국 대표단과 귀빈 508명의 축하 사절들 역시 현장을 지켜봤다. 다만 그를 반대하는 국민당 등의 야당 지지자들이 취임식 근처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옥의 티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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