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발능력 제한시
삼성전자 반사이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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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최근 기술 규제 초안을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 자문 위원회에 보냈다는 보도다.
논의되는 대상은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인 GAA와 HBM이다. AI가 반도체 산업에 있어 패권 경쟁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한 가운데 중국이 AI 초기 기술 조차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막아 첨단 반도체 성장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AI 반도체는 이미 글로벌 산업계의 핵심으로, 주요국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분야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411억 달러(약 56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1330억 달러(약 183조1400억원)로 연평균 21.6% 급팽창할 전망이다.
미국의 통제가 강해지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자력갱생하겠다던 중국의 노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이제 막 상용화하고 있는 기술들은 글로벌 시장 관점에선 이미 다 나온 것들"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핑안 화웨이 상무이사도 "미국의 제재 속에서 3·5나노 반도체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밝힌 바 있다.
추가 규제 후보로 알려진 GAA와 HBM은 모두 삼성전자가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는 분야다. 특히 두 기술 중 이번 규제 논의에서 더 앞서고 있다고 전해진 GAA의 기술 원조는 삼성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감싸는 공법으로,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 공법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효율이 높다. 파운드리 1위 TSMC도 현재까진 핀펫을 활용하고 있지만, 2나노 공정부터 GAA를 적용할 계획이다. 요컨대 향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설계 방식이 모두 GAA 기반으로 형성될 것이란 얘기다.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가 최신 기술에서만큼은 TSMC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GAA 덕분이다. AMD는 최근 자사 차세대 제품에 3나노 GAA 반도체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TSMC가 아닌 삼성과의 협력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GAA 공정을 강점으로 내세워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GAA 기술력을 추격하려는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미국의 추가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개발 능력을 제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삼성전자가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는 규제 도입의 마지막 절차지만 규제 자체는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