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지만 의류매장에 외투 가득 해
"실내외 온도차 5도 미만으로 유지해야"
|
올 여름 고온다습한 날씨 속 카페나 직장 등 냉방기를 가동 중인 공간에서 냉방병에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바깥에 비해 온도가 크게 낮아진 실내에 오래 머무르며 발생하는 냉방병은 두통·근육통·소화불량 등 증세뿐 아니라 발열·기침·몸살을 동반한 심한 감기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날 A 의원 아래 층에 있는 약국도 약 처방을 기다리는 환자 4~5명으로 가득차있었다. 그중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기침소리를 내는 고모씨(69)도 있었다. 고씨는 "카페·식당·지하철 어딜 가나 에어컨 바람이 강해 항상 외투를 들고 다닌다"며 "하루는 외투를 깜박해 반팔 차림으로 추운 데 종일 있었더니 감기에 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은 수년 전 이미 무색해졌다"며 "매년 여름철마다 감기를 한 번씩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곧이어 같은 약국으로 들어온 김모씨(29·여)도 마스크 안에서 콧물을 훌쩍이는 중이었다. 약국 인근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는 김씨는 "온종일 추운 실내에서 일하다 보니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며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도 열이 나거나 콧물을 흘리더니 하나 둘 결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아이들이 활동적이라 더위를 많이 타 에어컨도 항상 켠다"며 "반면 아이들은 감기 등 감염에 취약해 크게 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앞서 오전 11시께 서울 광화문 일대의 바깥 온도가 28도에 달했음에도 인근 카페 프랜차이즈 매장은 한기로 가득했다. 4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차지한 이 카페의 냉방기 설정온도는 최저온도인 18도였다. 카페 점원은 "요즘 아침부터 날이 더워 문을 여는 오전 7시부터 마감하는 오후 10시까지 내내 에어컨을 켜둔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카페 3층의 손님 3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이 긴 소매 셔츠 차림을 하거나 카디건 등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
전문가들은 여름철 냉방병을 피하려면 과도한 냉방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조언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에 오래 머무르면 기도 등 호흡기가 전체적으로 건조해지고 콧물 등 체내 점액이 감소해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에 취약진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한 "실내외 온도차가 많이 나면 체온 조절을 하는 자율 신경계 등에 이상이 생겨 소화불량, 피로감 등도 느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냉방기 가동 시 실내외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가벼운 외투로 맨살에 찬 공기가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