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외제차 마크 부착된 우산 가져가
검찰 조사없이 기소유예…헌법소원 제기
"외관 혼동 가능성 수사하지 않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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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자신의 우산과 외관이 유사한 타인의 우산을 가져갔다가 검찰에서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여성이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직무대리가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8월 9일 한 식당에 방문한 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타인의 우산을 가져갔다. 이 우산에는 외제차 브랜드 마크가 부착돼 있었다.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를 확인해 A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하며 "피해자의 우산이 내 우산과 모양이 유사해 착각하고 잘못 가지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A씨가 우발적·충동적으로 우산을 훔친 것으로 판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역시 추가 조사 없이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의미한다.
A씨는 검찰이 절도의 고의를 인정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외관이 유사한 타인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으로 착오하는 일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면서 "검찰은 A씨의 우산과 피해자의 우산이 외관상 유사해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해 면밀히 수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