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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공공사업의 민간 이탈을 막아야 한다

[기자의눈] 공공사업의 민간 이탈을 막아야 한다

기사승인 2024. 09. 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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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O2아레나'는 영국 정부가 1997년 당시 한화 기준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개발을 주도한 공공사업이다. 하지만 개관 이후 방문객 수가 예상 대비 15% 이하에 머무는 등 심각한 운영난을 겪으며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에 영국 정부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인 AEG에 부지를 매각했고, 이 회사는 아레나 일대를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지구로 재개발해 오늘날 연간 방문객 850만명이 찾는 글로벌 명소로 만들었다.

이는 '민관합동 건설투자(PF)사업' 또는 '민간투자사업(PPP)'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다.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부족한 자본과 기술력을 민간에서 빌려온다? 단점도 있겠지만 사업 규모가 크게 확장되는 것은 물론, 기대되는 낙수효과 역시 커지는 것은 확실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국가의 지자체에서 자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고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0여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도 'O2아레나 활성화'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진행 방향은 부정적이다. 최근 경기도가 'K-컬처 밸리' 사업의 시행을 맡았던 CJ라이브시티에 일방적인 사업 협약 해제를 통보하며 '공영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업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경기도 소유 부지 32만6400㎡(약 10만평)에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공연장(아레나) 등을 짓는 것이 골자다.

CJ그룹은 K팝을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룹의 정체성을 총망라한 문화관광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개장 이후 약 10년간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2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예상한 그룹은 이를 위해 약 2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계획상 완공 기한은 올해 6월이었다. 하지만 2021년 10월 아레나 착공 이후 지자체 인허가 지연, 전력공급 차질 등 악재가 겹치고, 급기야 지난해 4월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되며 공정률이 1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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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CJ라이브시티의 아레나 조감도./CJ라이브시티
이에 경기도는 2016년 5월 체결한 'K-컬처밸리 사업 기본협약'을 해제한다고 6월 말 CJ 측에 통보했다. 이 사업을 시행하는 CJ라이브시티의 사업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였다. 2016년 사업 시작 이후 8년 동안 쓴 돈 약 7000억원도 허공에 날리게 됐다.

사업추진 의지가 없다던 경기도의 주장은 사실일까?

CJ 측은 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관합동 공모사업은 통상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및 SPC(특수목적회사)가 주체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CJ라이브시티는 사업협약 직후 CJ그룹의 신규 계열사 법인으로 설립된 것도 그룹측의 의지를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주장이 어떻든 경기북부 최대 개발사업, 국내 최대 규모의 아레나 구축, 문화 산업 생태계 구축 및 관광화가 허망하게 종료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비 2조원,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약 20만명의 고용을 유발할 수 있는 초거대 사업이 허공에 날아가는 것보다 더욱 우려되는 건 '불신'이다.

정부, 지자체의 정책은 시장과의 궁합이 중요하다. 그래야 생명력이 유지된다. 자본과 노하우가 필요해 민간을 끌어왔다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우리가 직접 하겠으니 너희들은 빠져라"고 한다면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CJ라이브시티 사례로 정부와 민간의 불신이 계속해서 커지고 필요한 사업을 시도할 엄두마저 내지 못한다면 PF와 PPP는 침체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숱한 외부 요인과 저출산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역시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서 공자는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기업 관계에 있어 다시금 새겨 봐야 할 구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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