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의 불편을 최소화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주문한 금융당국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에 있어 분주히 예외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대출 실행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이나 결혼 예정자 등에 한해서는 대출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최대 1억원으로 제한된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 역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예외를 둔다. 신용대출 역시 가족 사망, 출산, 의료비 등의 목적에 한해서는 연소득 100% 초과분에도 대출을 허용한다.
이외에도 '실수요자 여신 심사팀'의 신설·운영을 통해 일괄적인 여신심사 강화가 아닌 대출 수요자의 다양한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갭투자 등 투기목적 외 실제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구별할 방침이다. 일명 '핀셋 대출'을 시행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에 따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최근 가계대출과 관련한 실수요자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는 실수요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계대출 예외 조항을 운영하는 데 따라 관련 심사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유주택자(1주택) 세대 대상 수도권 내 추가 주택구입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제한했다. 그러나 해당 규제에 있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을 구입하거나 대출 실행일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 등에 한해서는 예외를 뒀다. 이는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라는 판단에 따른다. 대출 신청 시점에서 2년 이내 주택을 상속받을 때도 대출을 허용했다.
아울러 지난달 29일부터 시행한 주담대 생활안정자금대출 한도 규제와 관련해서도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1억원 한도 제한에 예외를 뒀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10일부터 유주택자에 한해 주택구입자금대출을 제한했지만 대출 실행일 당일 기존 주택 처분조건에 한해서는 예외를 뒀다.
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에 한해서는 1억원의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을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9일부터 전 세대원이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만 전세대출을 취급하고 유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자금 대출 역시 중단하는 고강도의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결혼 예정자나 상속 등의 사항에 대해서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직장 소재지 및 자녀 학군 변경, 의료비, 부모 봉양, 이혼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전세대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고강도 대출 규제 속 예외 조항을 둔 배경에는 실수요자를 배려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른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국내 은행 18곳의 은행장과 만나 강화된 여신심사 기조 속에서도 선의의 고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면밀한 심사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여타 시중은행으로도 확산될 분위기다. 이미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은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의 운영 및 예외 조건 마련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연말까지 경영계획 상 대출 여력 범위 내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만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