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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부진·판관비까지… 금융지주 역성장 속 홀로 웃은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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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5. 11. 17:46

KB 충전이익 2.9조, 전년比 6.3%↑
신한·하나·우리 실질적 수익 악화
건전성 리스크에 단기 개선 불투명
글로벌 진출 등 다각적 전략 모색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순익을 거뒀지만, 경상 실적은 예년만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그룹 중 KB금융그룹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이하 충전이익)이 오히려 줄었다. 비이자이익 축소와 판매관리비 증가가 영향을 미치면서 내실은 다소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인하기에 본격 접어든 데다 경기침체 우려로 건전성 리스크도 심화될 수 있어 당분간 이익체력 회복은 제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각 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사업 확대, 건전성 관리에 그룹 역량을 쏟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충전이익 합계는 8조4244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5725억원)보다 1.73% 감소했다. 충전이익은 금융사가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에서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차감한 후,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기 전의 금액을 뜻한다.

매각익이나 투자이익, 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기 때문에 금융사의 본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금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KB금융은 은행-비은행 자회사의 고른 순익 기여도와 역대 최저 수준의 CIR(이익경비율)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2조9486억원의 충전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희망퇴직비용 등 판매관리비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은 우리금융은 1조3030억원으로 14.1% 감소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신한금융은 2조3803억원으로 2.7%, 하나금융은 1조7925억원으로 2.3% 줄었다.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기저효과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본업에서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력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특히 인건비와 영업비용 증가로 판매관리비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이연된 희망퇴직 비용과 증권사 출범 등 신사업 투자비용을 올해 1분기에 모두 반영하면서 판매관리비가 전년 동기 대비 26.6% 급증했다. 하나금융도 은행과 카드 부문에서 특별퇴직 비용이 증가하며 판매관리비가 4.1% 증가했고, 신한금융 역시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3.0% 늘었다.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도 그룹 전체의 비이자이익 위축으로 이어졌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카드·캐피탈 부문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증권사 수익성도 악화됐다.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은 93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고, 하나금융은 6627억원으로 7%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카드의 호실적으로 2% 증가한 358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뒀지만, 비은행 자회사의 작은 비중과 보험 자회사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문제는 영업이익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 둔화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등 주요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로 영업이 위축될 수 있고,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도 하락세라 이자이익의 큰 폭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상호관세와 조기대선 등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들도 부담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건전성 악화 추세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궁극적으로는 내수경기 등의 유의미한 회복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저성장 추세가 뚜렷해진 최근 환경을 볼때 내수경기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금융지주들은 이에 대응해 비은행 부문 강화, 해외 시장 진출, 리스크 관리 강화 등 다각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숙원이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수익 기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신한금융은 카자흐스탄과 캄보디아 등 신흥시장 공략을 확대하며 올해 해외 순이익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금융은 건전성 지표 개선을 핵심 과제로 삼고,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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