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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의 공직선거는 오프라인 투표소 중심의 전통적 방식에서 온라인 기반의 사전투표, 전자개표, 결과 전송 시스템이 결합된 'On-Off 통합선거정보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 발전은 투·개표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무결성(integrity)'이라는 핵심 원칙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온라인 기술이 결합된 환경에서는 데이터의 불투명한 흐름, 서버와 개표기의 전자적 처리 과정, QR코드 등 비가시적인 요소들이 많아져 시민이 직접 확인하고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선거 감시가 더 이상 전문가나 국가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시민은 더 이상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선거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보장하는 민주주의 기술 감시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감시체계, 로그 분석법, 시스템 점검 도구, 교육 교안 등이 시민들에게 제공돼야 하며, 일정 수준의 기술 감시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책에서는 선거 무결성 확보를 위한 5대 원칙을 제시한다. 먼저 '정확성'은 실제 투표 수와 개표 결과가 정확히 일치해야 함을 의미하고, '불변성'은 투표지나 전자 데이터가 위조나 변조로부터 보호되어야 함을 뜻한다. '투명성'은 선거 과정과 사용되는 기술이 공개돼 누구나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며, '추적성'은 모든 절차와 조작 과정이 기록되어 나중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책임성'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확인하고 신고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선거 참관, 개표 과정 모니터링, 공식 선거 결과와 출구조사 비교 분석, 선거 관련 이상 징후 신고 등의 구체적인 감시 활동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실용적 지침이 된다.
저자는 선거기관의 역할 변화도 주문한다. "시스템 설계 및 운영 정보, 로그 파일, 집계 과정 등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알고리즘, 비공개 시스템 설정, 폐쇄적인 결과 공표 방식은 선거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 시민 감시단 참여, 실시간 데이터 공개, 이상 징후 즉각 대응 가능한 구조가 공정성과 신뢰 회복의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공명선거는 기술이나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시민 참여, 기술적 투명성, 제도적 책임성이 삼위일체로 작동할 때 실현 가능한 이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On-Off 통합선거정보시스템의 무결성 확보는 단지 선거 기술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적 과제"라며 "기술로 무장한 권력에 맞서 시민이 감시와 참여로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서. 4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