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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가상자산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달러와 1:1로 연동된 테더(USDT), 서클(USDC) 등이 대표적인 예죠.
그런데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가치를 뒷받침할 만한 준비자산이 없다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긴 어렵습니다. 준비자산은 환매 요구가 들어왔을 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실제로 돈을 돌려줄 수 있도록 마련해둔 자산을 의미하는데요. 이 자산이 유동성이 낮거나 신뢰를 잃게 되면, 투자자 불안이 급격히 확산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더인데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의 스테이블코인이지만, 2021년 준비자산 일부가 중국 부동산 기업 관련 채권으로 알려지면서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죠. 준비자산이 얼마나 안전한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기 위해선 준비자산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가 관건인데요. 그 중 하나의 대안으로 예금토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금토큰은 말 그대로 '은행 예금'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한 토큰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7개 시중은행과 실험 중인 '프로젝트 한강'의 핵심 모델인데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기관용 CBDC(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이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예금토큰을 유통합니다.
특히 예금토큰은 예금자 보호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신뢰성과 법적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은행이 담보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유동성이나 환매 안정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죠.
또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비금융 기업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는데요. 이 경우, 발행사의 신뢰성을 보완하기 위해 준비자산이 중요해집니다. 은행이 직접 담보하고, 예금자 보호까지 가능한 디지털 자산이 준비자산으로 쓰인다면,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도 강화될 수 있죠.
물론 예금토큰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호환성, 정산 체계, 회계 처리 기준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죠.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면, 예금토큰은 준비자산은 물론 CBDC 시스템 전반에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7개국 중앙은행과 함께 국경 간 송금 등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CBDC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예금토큰이 실제 활용되기 시작하면 디지털 자산 기반의 해외 결제와 송금 범위가 넓어지고, 원화의 디지털 활용도 역시 함께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춘 발행 구조가 마련돼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