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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받아도 굴릴 곳이 없네”…예보한도 상향에 금리 낮추는 저축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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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9. 15. 18:02

저축은행 예금금리, 3년 만에 최저 수준
예보 한도 상향에도 수신 경쟁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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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까지 3%대를 꾸준히 유지하던 것과 달리, 이달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에 발맞춰, 저축은행들이 대규모 수신 자금을 끌어올 것이란 당초 전망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대출 영업이 위축된 데다, 가계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수신 유치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떨어진 탓이다.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환경에서, 무리한 수신 금리 경쟁은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조정이 장기적으로 저축은행업권의 회복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이익이 저축은행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수신 경쟁력의 하락은 곧 기초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12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3.05%에서 2.75%로 0.3%포인트 낮췄다. 웰컴저축은행도 이달 초 대면·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했다. 이들 저축은행을 포함해 이달 들어 예금금리를 내린 저축은행은 40곳에 달한다.

이에 전체 저축은행업권 평균 금리도 떨어졌다. 이날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93%로, 지난 202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1일 평균이 2.99%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보름 만에 0.06%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지난 4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오히려 예금금리를 높이며 3%대를 유지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맞춰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수신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부실을 털어낸 저축은행들이 영업 확대를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데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대규모 자금 이동(머니무브)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반기 만기 도래 예금이 많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예금금리를 낮추며 수신 유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PF 부실 사태를 거치며 저축은행들의 대출 영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수신 자금을 늘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여신 잔액은 94조9746억원으로, 작년 말(97조9462억원)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동안 총여신 규모가 뒷걸음질한 저축은행의 수는 56곳으로, 전체 저축은행의 70%에 달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전 금융권 합산)로 제한하면서, 저축은행의 주력 수익원인 가계대출 영업이 위축됐다. 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리자 대형 저축은행들은 유가증권 투자를 강화하면서 수신 자금을 투자금융자산으로 운용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조차 어려운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수신 확대가 곧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저축은행업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PF 부실 정리를 마무리하고 영업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수신을 늘려 선제적으로 대출 여력을 쌓아야 하지만, 당장 대출 영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예보 한도 상향에도 대규모 '머니무브'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신 자금 유입이 줄어들면 대출 영업이 위축되고,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예보 한도 상향은 장기적으로 저축은행에 도움이 되겠지만, 대출 확대가 어려운 현재로선 이자 비용만 늘어 역마진 우려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고금리 경쟁 자제를 주문한 만큼, 당분간 저축은행들은 시장 금리 흐름에 맞춰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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