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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은 이사장·정부의 쌈짓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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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9. 00:00

/연합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이 심각한 주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내 집 마련 후로 결혼을 미룬 청년들과 보금자리를 원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식에서 "저의 오랜 꿈"이라면서 국민연금이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재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공급해 주택 문제를 해결한 싱가포르 중앙연기금 사례와 전체 주택의 40%가 사회주택이고 그 주택의 70%가 연기금 투자로 건립된 네덜란드 사례도 살피겠다"고 했다. 기금을 주택 공급에 '전면적으로' 동원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과연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기금 설치와 운용을 규정한 국민연금법에 위배된다. 국민연금법 제102조는 재정의 장기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게 국민연금 기금을 관리·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연금보험료 수입 및 운용수익으로 조성되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첫째와 둘째 원칙을 수익성과 안정성으로 못 박고 있다. 그가 언급한 전면적 주택 공급 계획이 이 두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김 이사장은 기금 투자 결정 권한이 없다.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주거복지와 청년주택 공급은 국민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해결해야 하는 업무다. 왜 국민의 노후 자금을 복지정책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확대를 언급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한도, 연금기금 증가에 주가 상승이 미친 영향을 질문한 뒤 "연금 운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 달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대책으로 국민연금의 역할을 확대한 데 이어 증시 부양에도 기금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춰진다. 1413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에서 1%만 증시 투입을 늘려도 주가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대내외 충격이 왔을 때 국민의 노후 전체가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불과 5년 뒤부턴 지급해야 할 급여가 보험료 수입을 초과해 자산을 팔기 시작해야 한다. 기금 투입 규모가 클수록 돈을 빼낼 때 증시에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은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지속 가능성, 운용 독립성이 생명이다. 이런 원칙이 엄격하게 준수되지 않고 이사장 '개인의 꿈'이나 정부의 정책적 필요 등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국민 신뢰를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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