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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산업계 기상도] “배터리 시대 개막” 삼성·SK·LG 총력전

[2020 산업계 기상도] “배터리 시대 개막” 삼성·SK·LG 총력전

기사승인 2020. 0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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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실적 및 전망(수정)
10년 넘게 전기차배터리에 투자해 온 삼성·SK·LG가 올해 시장 선점에 전력투구하며 승부수를 띄운다. 이들 그룹은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에서 퍼스트무버의 길을 걸어야 하고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후 공급능력과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수행 중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각 사 투자가 치열해 질수록 확보하기가 점점 어렵기 때문이다. 적자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하는가 하면 경쟁에 따른 판가 하락은 수익을 내는 데 발목을 잡는다.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3년이 시장 재편의 시기가 될 거란 관측 속에 치킨게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흑자 전환 시점은 이르면 올 하반기로 점쳐진다. 3사는 끝 없는 설비투자에 자산 규모가 커지고 대규모 수주 성공에 따라 해마다 매출액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연간 단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8.4% 늘어난 118만대에 이른다. 환경규제 바람을 타고 중국과 유럽을 거점으로 고공성장 중이다. 배터리 회사들이 적자에도 투자를 거듭하는 이유다. LG화학은 중국 1공장 증설 및 2공장 건설에 약 2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또 제네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1조 원 씩 투자하고 합작법인서 7000억원을 추가 차입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단위 투자를 통해 헝가리 제2공장과 중국 생산법인을 설립할 계획이고 2022년 양산을 목표로 건설중인 조지아 전기차 배터리 1공장에 1조 원을 추가로 투입, 2공장을 갖출 계획이다. 삼성SDI도 미국·유럽·중국에 증설 등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기업들은 생산력을 끌어 올리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을뿐 아니라 시장선점 효과와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 경쟁력 확보까지 노리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연간 배터리팩 생산량이 10만개에서 50만대로 증가하면 제조비용은 12% 줄어든다.

문제는 이같은 노력이 과열되고 있는 배터리 공급과잉을 더 부추긴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수요량은 99GWh인데 공급량은 200GWh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3사와 세계 1·2위 CATL(중국), 파나소닉(일본)까지 5개 회사의 증설계획만 반영해도 2025년이면 800GWh에 육박하게 돼 과잉공급 문제는 단시일 내 해소가 어려울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터리 판가는 갈수록 떨어진다. 2010년 kWh당 1000달러이던 배터리 가격은 2017년 209달러로 약 80% 폭락했다. 배터리 소송으로 번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갈등도 ‘저가 수주’ 의혹에서 비롯됐다.

3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추진해 온 완성차업체와의 합작사(JV) 설립도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당장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고 고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술 유출 우려를 배제할 수 없을뿐더러 향후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내재화 하는 데 JV를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배터리사와 독점 공급 등 긴밀한 영업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최근 들어서는 공급 안정을 위해 파트너사를 다변화 하고 있다는 점도 배터리회사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소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다양한 파트너사를 두고 있는 LG화학은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출하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늘릴 수 있느냐가 향후 수익성을 가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핵심 소재 수직계열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제로 계열사를 총동원해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3사가 올해 기대하는 부분은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신에너지차량 보조금 제도 폐지다. 보조금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막고 중국 배터리기업들을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왔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폐지를 예고하고 있다. 보조금에 의지해 온 낮은 기술력의 중국내 군소업체들이 정리되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 3사는 보호장벽에도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JV설립 등 진출에 공을 들여 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성장을 바라본 배터리사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과잉 공급에 따른 글로벌 메이저간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룹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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