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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은보 금감원장의 ‘퍼펙트 스톰’ 가능성 경고

[칼럼] 정은보 금감원장의 ‘퍼펙트 스톰’ 가능성 경고

기사승인 2021. 08. 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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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한국은행의 감독기능을 떼어내어 설립된 금융감독원의 정은보 신임 원장이 취임식에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실이 확대되고 자산가격 거품이 무너지는 등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가 극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양적 완화와 저금리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본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고가 아닌가 싶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늦을수록 금융 불균형 문제로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강조하고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국에서도 기준금리의 인상 필요성이 다수 제기되었고 코로나19도 곧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은 4차 대유행이 등장해 상황이 달라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 변화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수록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다는 사실이다.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는 이유는 이자율(금리)이 ‘미래 투자를 위해 소비하지 않고 떼어놓은 저축’에 대한 신호 역할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부시장의 이자율이 떨어진 것이 저축을 많이 해서 대부를 위한 자금(공급)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돈을 시중에 더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이런 돈 풀기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는 여전한 데 비해 경제주체들의 빚이 과중해지고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이 과열되는 결과를 빚었다.

이주열 총재가 밝혔듯이 기준금리의 인상을 늦출수록 그 대가가 더 커진다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틀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부실건물이 더 높이 올라갈수록 무너질 때 더 엄청난 파열음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된 시점에 과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 정은보 신임원장이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 지원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과도한 부채가 몰고올 위험을 ‘퍼펙트 스톰’이란 강력한 언어로 경고하고 나서서 주목된다. 이에 더해 금통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한 매파로 알려진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우리 금융시장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 자산시장 과열 문제에 대응할 것이고,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혀 기본적으로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한다.

금융통화정책을 맡은 수장들이 기본적 입장의 일치를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외환위기, 국제금융위기 등의 과정을 관찰했기에 받을 돈의 만기와 줄 돈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아서 도산되는 ‘만기불일치’ 사태와 일정 시점에 받을 외환과 줄 외환이 일치하지 않아서 도산되는 ‘외환불일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고 그런 위험이 잠재해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할 것으로 믿는다.

돈 풀기는 헬리콥터 머니처럼 모든 사람의 지갑에 일정한 비율만큼 더 넣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연못에 돌을 던질 때처럼 경제의 어느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경제 전체로 파급된다. 풀린 돈을 가장 먼저 활용하는 이들은, 돈 풀기의 효과로 나중에 자산 가격을 포함해서 가격들이 다 오른 다음 이 돈을 수중에 넣는 이들에 비해 더 유리하다. 돈 풀기의 이런 재분배효과를 ‘깡띠용 효과’라고 하는데 금융회사들도 대개 ‘깡띠용 효과’의 수혜자들이다.

이들 금융기관이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위험을 추구할수록 이들의 도산 위험도 높아질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휩싸일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국민들은 잘 알 수 없다. 이를 잘 점검해야 할 금융당국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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