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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정준칙’의 밧줄, 대선 후에라도 마련해야

[칼럼] ‘재정준칙’의 밧줄, 대선 후에라도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1. 11. 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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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아시아투데이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유튜브를 개설했다. 그 프로그램의 하나로 매주 금요일에 진행되는 《김이석의 이색경제》에 조세연구원장을 역임한 인천대 옥동석 교수를 초청해, 그가 공저자로 참여한 《함께 못사는 나라로 가고 있다》라는 책을 중심으로 한국의 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옥 교수 주장의 논지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소개한다.

우선 우리 재정의 ‘곳간이 비어 가는지 어떤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대한민국은 현재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데 이 사실을 제쳐놓은 채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와 단순 비교하거나, 한국은 국제결제통화를 발행하는 국가가 아닌데 그런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마치 젊은 한국인이 이미 노인이 된 서구인의 몸 상태와 비교하여 혈압, 비만, 당뇨 수치에 여유가 있다면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고 쾌락에 탐닉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아울러 국제결제통화를 발행하지 않는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국민소득 대비 정부 부채의 비율이 이미 비슷하다고 했다.

특히 옥 교수는 과거에는 재정문제가 재정전문가들인 관료에게 맡겨졌지만 지금은 정치인들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어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선진국들은 재정준칙에 따라 코로나 사태와 같은 예외적 경우에 예산을 늘릴 폭을 정해 그런 상황이 종료되면 이를 줄여나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찔끔찔끔 대증적으로 늘려오고 있는데 이제 위드 코로나 상황으로 가고 있음에도 이런 예산의 증가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정은 공유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이고 그것을 잘못 쓰더라도 그 결과를 이를 쓴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재정준칙’을 마련하지 않으면, 선거철이 되면 이를 마구 써서라도 당선되고자 하는 유혹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준칙은 정치중립적이어서 특정 정파를 지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재정준칙을 마련한다는 것은 다음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쓸 수 있는 재원을 한정한다는 의미로 이 범위 안에서 각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그런 제약이 없다면 당선되기 위해 어느 후보든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현재 세대의 복지를 마구 늘리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는 이런 ‘재정준칙’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음 임기의 정부가 어떤 재정상황에 처하든 별로 상관하지 않으면서 표심을 자극할 각종 선심성 정책의 개발에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세월 재정의 운용을 지켜본 연구자가 바라보기에, 당선과 재선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인 정치가들로서는 대한민국의 장기적 재정건전성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게 만들고 있다.

사이렌은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노래를 불러 홀리게 해서 배를 난파시키곤 했는데 오디세이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게 하고 자신을 돛대에 묶게 하고 풀어달라고 하면 더 조이도록 해서 무사히 사이렌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난파를 면하면서 지나갔다. ‘재정준칙’이라는 튼튼한 밧줄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묶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 재정의 장기적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국민들을 위한 각종 선거공약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이런 재정준칙을 여야가 합심해서 입법해주기 바란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터키만 이런 재정준칙이 없다고 한다. 대선과정에서는 어렵더라도 대선 후 여야가 합심해서 재정준칙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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