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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재무구조 개선에 계열사 동원했지만”…고민 깊어지는 롯데

[마켓파워]“재무구조 개선에 계열사 동원했지만”…고민 깊어지는 롯데

기사승인 2021. 05.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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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쇼핑·물산·상사 등 4곳
부채비율 지난해말 170% 달해
유동비율 98→86→84% 하락
계열사간 수백억원대 거래 진행
일부 재무개선 위한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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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에 참여한 4개 계열사의 최근 3년 간 부채비율이 109%에서 170%까지 상승하는 동안 유동비율은 98%에서 84%로 낮아졌다. 호텔·유통업은 제조업과 달리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업종으로 꼽힌다. 그룹 내에서 유동성이 좋았던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의 유동비율이 낮아지고 부채비율이 급증한 것은 위험 신호라는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신동빈 회장도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월드타워·몰의 소유권 등을 롯데물산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배경이다.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계열사들이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 회장의 고민은 여전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계열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데다 올해도 반등 여부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숙원’으로 꼽히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시점도 불투명하다.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탓이다. 이번 거래로 호텔롯데, 롯데쇼핑의 재무구조 개선은 일부 가능하지만, 오히려 롯데물산의 건전성은 악화될 것으로 보여 계열사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오는 7일 롯데물산에 롯데월드타워·몰 부동산의 소유권 지분 등을 5542억원에 양도할 예정이다. 같은날 롯데쇼핑도 롯데물산에 월드타워·몰 소유권 지분 등을 8313억원에 양도한다. 해당 거래들은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다.

최근 롯데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하고 있다. 앞서 호텔롯데는 서울시 중구 소공동 롯데쇼핑센터빌딩 지하 1층 아케이드와 푸드코트를 각각 70억, 63억원에 임대 계약을 맺었다. 호텔롯데는 또한 롯데상사로부터 김해 C.C 운영권 등을 354억원에 넘겨받기로 했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 간의 거래 이유는 재무건전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이번 거래를 진행하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물산, 롯데상사 등 4개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0%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109%에서 2019년 150%에 이어 매년 높아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기업의 지불능력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유동비율은 2018년 98%에서 2019년 86%, 2020년 84%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유동성을 평가할 때 활용한다.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부채비율은 상승하고 유동비율은 하락하고 있다는 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덕을 보는 대표적인 곳이 호텔롯데다. 호텔롯데의 부채비율은 2018년 106%에서 지난해 176%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107%에서 94%로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호텔, 면세점 등의 영업 부진이 겹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 당장 재무건전성 개선도 쉽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8445억원으로 1년새 48%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497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순손실 규모는 1조4799억원으로 손실 폭이 확대된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과의 거래를 통해 5542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유동비율을 상승시킬 수 있게 되는 만큼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또한 롯데상사로부터는 김해CC 골프장 운영업 등을 넘겨받게 되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호텔롯데는 신 회장이 공언한 IPO를 추진해야 하는 곳인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개선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계열사들의 지원이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거래를 통해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가 여전히 과중하고 임차계약에 따른 보증금 및 리스부채 인식, 임차료 부담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 안정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역시 롯데물산과의 거래로 8313억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96%, 유동비율은 72% 수준이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등이 코로나19 타격을 받으면서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되기도 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하락한 3461억원, 순손실은 적자가 지속된 686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신평은 롯데쇼핑 역시 이번 거래를 통해 재무안정성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1조3855억원의 현금을 주게 되는 롯데물산은 상대적으로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이 좋은 곳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89%, 유동비율은 155%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로 현금성자산이 감소하고 부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물산 역시 지난해 79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대규모 거래를 진행하게 된 만큼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담을 일부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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