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sic_2021 | 0 | |
|
| 마켓파워 | 0 | |
|
한화오션이 2조원대 유상증자를 밝히면서,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자 물량의 상당수를 계열사 보단 일반소액주주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가도 하락하면서 시장도 싸늘한 상황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유증의 목적이 운영비 조달이나 부채 탕감 등에 쓰이지 않고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발주 공백' 등 조선업계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구주주 청약에서 대규모 실권주 발생 가능서도 제기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기명식 보통주 8948만550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예상발행가액(2만2350원) 기준 2조원 조달을 목표로 한다.
유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주를 기존 소액주주들의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따라 배정해 청약을 실시하고, 여기서 실권주가 발생한다면 다시 일반공모를 실시한다. 최종 실권주를 최소화할 수 방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좀 갑작스럽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투입했고, 이후 한국수출입은행이 1413억원을 출자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증 결정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 부회장은 지난 6월 열린 MADEX 2023 현장에서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의 시너지를 강조하면서 더 많은 투자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유상증자가 한화그룹보다는 소액주주들이 부담을 더 지는 구조라는데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24.08%), 한화시스템(12.04%), 한화임팩트파트너스(9.63%), 한화컨버전스(0.72%), 한화에너지 싱가포르(1.69%)를 통해 한화오션 지분 48.16%를 보유 중이다.
이에 한화그룹이 이번 유증에서 배정받는 신주 물량은 3447만7042주다. 예상발행가액 기준 7706억원이다. 이들 회사가 100% 청약을 한다고 가정하고, 한국산업은행 배정물량을 제외하면 7886억원의 자금을 일반주주들이 책임져야 한다. 27.55%의 지분을 가진 한국산업은행은 이번 유증 참여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많은 신주 물량과 높은 할인율로 인해 보유 주식의 가치 훼손을 걱정해야 하는 한화오션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실제 지난 21일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알려지자, 한화오션의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23일 공시를 통해 한화오션의 유상증자가 확정되자 삼성증권,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증권업계는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업황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물동량 감소와 운임하락 등으로 발주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운사의 발주 여력이 운임하락으로 약해졌기에 현재 유지되는 높은 선가를 고려할 때 발주가 늘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화투자증권은 현재 협상 중인 선박(카타르 LNG선 등) 발주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발주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의 주가는 실적보다 수주에 더 민감, 긴호흡의 투자가 아니라면 조금 쉬었다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화오션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기에 구주주 청약에서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화오션은 구주주 기업설명(IR) 활동을 강화, 증자의 목적 및 기대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구주주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한다고 해도 대표주관회사(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와 협력해 다양한 채널(영업점 활용, HTS, 홈페이지 홍보)로 일반투자자의 청약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일반청약까지 미달이 발생한다고 해도 공동 대표주관회사의 잔액 인수 방식을 활용, 사실상 실권주 리스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통해 기업가치가 제고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유상증자가 시장가격 대비 3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취득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투자 기회임을 충분히 설명해 구주주 청약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