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명성을 날렸던 `미네르바' 박모(31)씨는 지난해 3월께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주목받은 것은 작년 7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한국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부터.
이후 리먼브라더스 파산 예측이 적중하면서 `미네르바 신드롬'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됐다.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환율.부동산.주식 등에 대한 예리한 분석에 투자자와 네티즌은 열광했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작년 10월 무렵 정점에 올랐는데, 온라인상에는 그를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 부르며 "미네르바를 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글이 넘쳐났다.
세간의 폭발적 관심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작년 9~11월 활동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다시 글을 올렸다.
한 월간지에 미네르바의 단독 인터뷰가 보도되면서 제도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인데 박씨는 체포 뒤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방관하고 최근 위기를 결국 피해가지 못하게 한 데 대해 사죄한다는 지난 5일의 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그러나 검찰이 미네르바의 정체가 30대 무직자인 박씨라고 지목하면서 그가 스스로 밝힌 자신의 경력은 허위로 들어났고, 예측은 `짜깁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29일 "정부가 긴급업무명령 1호로 29일 오후 2시30분 이후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긴급 공문으로 전송했다"는 글을 올리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글이 미네르바에게는 결정적인 `자충수'가 된 셈이다.
검찰이 그가 인터넷에 올렸던 이전의 글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근거 없는 비방, 또는 허위사실로 보기 어려워 수사에 착수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고 봤지만 이 글은 명백히 사실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즉시 포털사이트인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미네르바를 ID로 쓰는 회원이 가입 때 등록한 신상명세와 글을 올린 인터넷 주소(IP)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해 확보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검찰은 IP 추적을 통해 수사 착수 나흘만인 지난 2일께 미네르바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알아낸 데 이어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소재 그의 집에서 연행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등이 수차례 수사하겠다는 경고음을 보냈음에도 소재 추적이 어려운 PC방 등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바람에 쉽게 검거망에 걸려들었다.
박씨는 같은 날 오후 6시께 긴급체포 상태로 신분이 바뀌었으며 9일 구속영장이 청구돼 10일 결국 수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