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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하다’..故 이은주가 남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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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 기자

승인 : 2014. 02. 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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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의 클래식산책](112)

22일 사망 9주기를 맞은 배우 고 이은주(사진·1980~2005)와 그가 영화에서 선뵀던 왈츠음악을 소개합니다.

◇유일무이한 ‘불균형의 균형’ 선봬..안타까운 자살로 생 마감

지난 2005년 2월 22일 갑작스런 자살로 25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이씨의 공식적인 방송 데뷔작은 SBS 드라마 백야 3.98였습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배우 심은하의 아역인 아나스타샤로 출연했었죠. 이후 SBS 일요 드라마 카이스트에 구지원역으로 고정출연한 이후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영화판에서였습니다.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홍상수의 영화 ‘오! 수정’에 2000년 출연한 이후 인데요, 그는 이 담담하면서도 강한 흑백영화에서 많지 않은 나이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대종상 신인여우상도 수상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배우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면서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짐과 동시에 영화팬들에게 본격적으로 본인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연애소설(2002), 하얀방(2002), 하늘정원(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주홍글씨(2004)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그는 물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다소 차갑고 이지적인 모습으로 기억됩니다. 특히 그는 영화속에서 그 어떤 여배우도 보여주지 못한 ‘그늘이 드린’ 모습을 선뵀습니다.

하늘의 별처럼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영광도, 신파조의 슬픔과 고통도 아닌 불균형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였다고 할까요. 이는 국내 영화계에서 아직까지도 흔히 볼 수 없는 소중한 여배우의 모습이었죠.

특히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짧은 왈츠신<아래 동영상>은 많은 영화팬들이 최고로 손꼽는 국내 영화의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장면은 내용이나 촬영기법 등이 모두 판에 박힌 듯 진부한 표현(클리셰)이지만, 배우들의 힘, 이야기의 힘, 그리고 음악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고 생각됩니다.



◇러시아 근현대 음악의 대표주자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쓰인 이 왈츠 음악은 러시아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재즈모음곡 2번 중 왈츠 2번 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9살이 되던 해부터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 처음 피아노를 배웠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하면서 슈테인베르크에게 작곡을, 니콜라에프에게 피아노를 배우며 체계적인 음악 공부를 했습니다.

그는 음악원에서 여러 형식의 곡을 작곡하면서 점차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하였고 작곡뿐 아니라 그의 피아노 연주 실력 또한 대단했다고 전해집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주로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그가 남긴 총 15곡의 교향곡은 이미 음악사에 남은 명곡입니다. 이밖에도 피아노곡, 오페라, 첼로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오라토리오 등의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 2번은 그가 30대인 1938년에 만든 작품입니다. 앞서 1934년에 재즈 모음곡 1번을 완성한 그는 구 소련 시절 가벼운 대중음악으로 여겨지던 재즈음악을 전문 음악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재즈 모음곡 1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어 1938년 새로 창단된 국립 재즈 악단을 위해서 만든 게 바로 재즈 모음곡 2번입니다. 이곡은 악보가 제2차 세계 대전 도중에 분실되었으나 2000년에 제라드 맥버니에 의해 피아노 악보가 발견돼, 모음곡 가운데 세 악장이 복원(및 편곡)되었으며 런던 유보 음악회에서 초연됐습니다.

이에 따라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 음반의 LP레코드가 존재하느냐 여부에 대한 말다툼이 일기도 합니다. 2000년이면 대형 레코드 회사에서 사실상 LP생산이 중단된 시점이기 때문이죠.

추천음반은 이탈리아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가 로열 컨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데카 음반(CD)이 유명합니다. 러시아음악 특유의 질박함을 살리는 식의 해석은 아니지만, 곡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됐으며 녹음도 잘 돼 있습니다.

아울러 이 곡과 비슷한 느낌의 러시아 왈츠를 들어보시려면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1903~1978)의 가면무도회 모음곡 중 ‘왈츠’를 추천해드립니다. 질박한 슬픔이 ‘쿵짝짝~쿵짝짝’ 왈츠 리듬에 흥겹게 표현된 음악입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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