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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 연구소와는 달리 건물 주변에 연못 형태의 수조들은 생태공원인가 착각하게 할 정도의 아늑한 분위기였다. 르노 테크노센터에는 1만1000명의 연구원들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 르노그룹의 엔진 개발을 비롯해 엔지니어링, 디자인, 마케팅, 영업 등 전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르노 테크노센터는 여의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만㎡(약 45만평)의 대지에 42만5000㎡(약 12만8600평) 규모의 건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센터는 차의 개발 과정에 따라 R&D팀과 디자인팀 등이 입주한 아방셰(Avancee), 층마다 5~6개의 프로젝트팀이 양산 준비를 진행하는 라뤼셰(LaRuche), 수작업으로 차량 모형을 만드는 팀이 있는 프로토(Proto) 등 3개의 핵심 건물과 5개의 보조 건물로 구성돼 있다. 프로토에서 차가 만들어지면 각종 테스트와 수정 작업을 거쳐 약 1년6개월 뒤 실제 양산차가 생산된다.
이곳 르노 테크노센터의 특징은 차량 설계 및 개발 업무의 90% 정도가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테크노센터에는 5000개의 컴퓨터 기반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CAE)과 4개의 대규모 컴퓨터 이미지 디스플레이 장비가 설치돼 있다. ‘얼티메이트(Ultimate)’로 불리는 시뮬레이터는 성능이 뛰어나 독일 BMW, 벤츠도 이 센터를 이용해 테스트를 할 정도다.
테크노센터와 붙어 있는 디자인센터는 2만7000㎡ 면적의 2개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르노, 다키아, 르노삼성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27개 국적을 가진 500여명이 근무 중이다.
르노는 매년 매출액의 5~6%를 R&D 비용으로 지출한다. 지난해에만 25억유로 이상을 썼다. 경쟁 회사의 차량을 해체해 정밀 분석하는 애널리시스 센터가 1년 동안 뜯어보는 차량만 250대 이상이다. 경쟁 업체들의 배 수준이다. 현대차는 물론 BMW, 벤츠, 폭스바겐, 푸조 등 브랜드의 20여종 모델이 해체를 앞두고 있었다.
이 연구소는 철저하게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르노그룹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가 유럽에 진출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1980년대 착공을 시작해 11년만에 완공된 연구소로 철저하게 건물 내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을 위해 지어졌다”며 “전체적인 구조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이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곳에서 공들여 국내시장에서 출시된지 10분만에 예약판매가 완료된 르노삼성자동차의 QM3(현지명 캡처)가 탄생했다.
한국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자동차에 3만여대의 물량을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몽테스 마통(Montes Mathon) QM3 상품담당 총괄은 “르노그룹은 올해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QM3를 20만대 이상을 생산해 한국에15%를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의 작년 한해 내수 실적이 6만27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QM3 단일 차종으로 연간 판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을 국내에 들여오는 셈이다. 르노삼성은 QM3를 통해 침체된 국면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이 모델의 누적 생산량은 19만대에 그쳤지만 올해 최대물량을 만들어 수요에 부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고 마통은 전했다.
QM3의 경쟁 모델로는 쉐보레 트랙스, 닛산 쥬크, 상반기내 국내 출시를 앞둔 푸조 2008 등을 꼽았다.
QM3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할당량은 20%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 15%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일본·호주·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은 나머지 국가에서 5%로 나눠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시장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에서 실제 차량이 입고된 지역도 한국뿐이다. 르노삼성차는 작년 말 QM3 1000대를 한정 판매했고 이달 말부터 사전예약분을 인도할 예정이다. 물량이 부족해 그밖의 아태 국가는 아직 차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은 QM3 물량 확보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이점을 누리고 있다.
유럽내 캡처 판매 가격은 사양에 따라 1만5000∼2만4000유로 범위다. 그런데 한국에 주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약 65%를 차지하는 2만유로(약 2944만원) 이상 고급 차량이라고 마통 상품담당 총괄은 설명했다.
국내 수입분은 여기 장거리 운송비까지 추가되지만 마진을 최소화한 덕분에 유럽에서 팔 때 보다 마진을 3배 이상 적게 책정해 한국시장에서는 2000만원대 초반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르노삼성이 기반을 닦아 르노그룹의 인지도도 높아졌기 때문에 QM3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 마켓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거점 시장에서 르노삼성차가 잘 나갈 수 있도록 르노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가격을 내렸다는 것이다.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제네바모터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고객들이 QM3를 보러 르노삼성차 전시장을 방문하면 SM시리즈 등 다른 차도 눈에 들어올 것”이라면서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 상품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앞으로 QM3를 통해 르노삼성의 다른브랜드도 더욱 잘 팔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QM3를 구심점으로 QM5 등 시리즈의 인기몰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소는 새로운 차종에 최적의 엔진과 디자인 구조를 만드는 르노의 경쟁력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