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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구조조정을 지휘한 이 회장이 장기간 입원으로 공백이 생기더라도 계열사 재편이 본격화된 만큼 3세 경영을 위한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지난해 말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하면서 사업재편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후 삼성SDS-삼성SNS,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등 계열사 합병으로 이어졌고 최근 들어 삼성SDS 유가증권 상장에 이어 삼성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를 단행했다.
재계 및 증권가에선 삼성그룹의 사업재편과 경영권 승계작업은 이제 첫 단추를 꿰었다고 보고 있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담당 사장에 대한 승계작업이 마무리되려면 향후 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기에 필요한 자분 확보에도, 두 딸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부분에 대한 계열 분리 절차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등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서비스·상사를,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 등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룹 차원에서 어느정도 3세 경영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 놓았겠지만, 대외적인 변수에 따라 승계 시점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삼성SDS의 상장과 핵심 계열사 간 사업 재편 등에는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일단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승계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자 계열사 또는 금융 계열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가장 상층부에 있는 삼성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0%)이다.
이 부회장외에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의 지분을 각각 8.4% 갖고 있지만 이 부회장에 크게 못 미친다.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각 계열사를 아래 두면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구도가 나온다.
더구나 에버랜드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생명의 2대 주주(19.34%)다. 최근 지분 정리를 통해 삼성생명 중심으로 금융계열사가 정리된 만큼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에버랜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업구조조정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삼성물산의 재편에 따라 경영권 승계 구도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상사와 건설 부문으로 나뉜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등을 통해 건설 부문을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건설 부문을 맡고, 장녀인 이 사장이 상사 부문을 지배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사장이 2010년부터 삼성물산 고문을 하고 있는 점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차녀 이 사장의 경우 2013년 말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하면서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한 에버랜드에 지배력을 행사했다. 줄곧 패션 사업을 지배하던 이 사장은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으로 미디어사업에 참여하면서 패션과 미디어 사업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입원으로 공백이 장기화될 지라도, 사업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이미 완성된 만큼 경영권 승계 작업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승계 시점이 언제일지는 사업구조조정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 할 시점에 사업구조조정은 얘기할 단계가 아니며 경영권 승계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