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64개 기금에 1416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그 이자로 사업을 하거나 적립금을 재원으로 융자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운용 규모는 515조원에 달한다.
저금리 시대에 자금을 묶어 놓은 채 이자로 사업을 하고, 민간에서도 여유 자금이 넘치는 데 정부가 별도로 저금리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
이 기금의 상당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물리는 부담금 등 ‘준조세’로 조성된다.
이원희 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각 기금 명칭 중 ‘발전’ ‘진흥’ ‘보호’ ‘지원’ 등의 용어에서 보듯, 기금들은 부처 이기주의와 이익집단과의 협력을 보장하는 고리”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관리기금과 축산발전기금 등 8개 기금,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문화예술진흥기금·문화재보호기금·국민체육진흥기금 등 6개 기금은 하나 하나에 기득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떠들석했던 원자력발전 관련 비리, ‘세월호’ 참사 이후 부각된 해양 비리에도 기금이 있다.
원자력연구개발기금, 수산발전기금 등이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중소기업진흥공단, 문화예술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기금을 관리하기 위한 공공기관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소장은 “일반회계 사업과 구분되지 않는 44개 사업성 기금은 개혁이 필요하다”며 “보증 기능을 수행하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9개 금융성 기금도 정부 역할과 관련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금 존치평가도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관료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지적만 있지 본질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못한다.
이 소장은 “기금 개혁은 곧 정부 개혁”이라며 “정부 개혁의 어젠다로 재정 개혁이 포함되고 그 한가운데 기금 개혁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64개의 별도 기금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의 일상화’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특정 정책을 위한 자금을 지출하더라도 일반회계에서 하면 되는데 개별 부처가 별도의 쌈짓돈 장부를 차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유 목적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보유중인 기금은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일반회계를 통해 우선 순위를 평가받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융자성 기금도 그 수요와 사업효과를 평가, 과다 적립된 자금을 축소하고 보증 관련 기금도 과도한 정부 출연금을 회수하며, 각종 정책금융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