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실 밝혀달라며 안산부터 34km걸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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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온 국민이 보았다. 저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저희들은 법을 모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학생들이 폭염 속에 먼길을 나선 이유다.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도보 행진을 자발적으로 기획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유가족 참여 특별법 제정’ ‘모든 기다림에는 한계가 있다’ 등 응원 문구를 적은 시민들이 길목마다 학생들을 맞았다.
이날 오후 2시 46분 일행이 마지막 휴식을 취한 여의도공원에는 시민들이 보내온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사탕·과일이 넘쳤다. 학생들은 서로 얼음을 던지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마지막 ‘화이팅’을 외치고 걸음을 재촉했다. 안산을 떠난 지 22시간이 지난 3시 13분, 국회의사당 지붕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장난을 치던 학생들에게도 긴장감이 돌았다.
국회가 가까워오자 수백명의 시민들과 취재진이 몰렸다. 국회의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무말없이 국회 담장에 작은 노란 깃발만 꼽고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랐다. 몇몇 학생들은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학생들이 국회에 도착한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새누리당·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가진 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무산됐고 여야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5시 담판을 짓겠다고 ‘또 다른’ 약속을 했다. 하지만 약속은 또다시 지켜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