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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친구들에게, 이것밖에 해줄 게 없어요” …걷고 또 걸어 국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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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은 기자

승인 : 2014. 07. 16. 17:04

단원고 생존학생 43명 이틀동안 국회까지 도보행진
세월호 참사 진실 밝혀달라며 안산부터 34km걸어와
단원고-12
침몰한 세월호에서 생존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부모, 교사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도보 행진단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1박 2일 일정으로 15일 안산 단원고를 출발 국회를 향해 행진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단원고 학생들은 “많은 친구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며 “진실을 밝혀 달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며 행진 이유를 설명했다./이병화 기자photolbh@
2014년 7월 16일 오후 3시 27분. 그날로부터 92일이 지났다. 그날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은 학생들이 꼬박 이틀을 걸어 국회에 왔다. 아직 몸도 마음도 성하지 않을 단원고 2학년 43명의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경기도 안산 학교를 출발해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34km를 걷고 또 걸었다. 전날 38명의 학생들이 학부모 10명, 교사 3명과 함께 출발했고 17일에는 5명의 친구들이 늘었다. 노란 우산으로 따가운 햇볕을 가린 학생들의 뒤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뒤따랐다.

“지난 4월 16일 온 국민이 보았다. 저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저희들은 법을 모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학생들이 폭염 속에 먼길을 나선 이유다.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도보 행진을 자발적으로 기획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유가족 참여 특별법 제정’ ‘모든 기다림에는 한계가 있다’ 등 응원 문구를 적은 시민들이 길목마다 학생들을 맞았다.

이날 오후 2시 46분 일행이 마지막 휴식을 취한 여의도공원에는 시민들이 보내온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사탕·과일이 넘쳤다. 학생들은 서로 얼음을 던지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마지막 ‘화이팅’을 외치고 걸음을 재촉했다. 안산을 떠난 지 22시간이 지난 3시 13분, 국회의사당 지붕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장난을 치던 학생들에게도 긴장감이 돌았다.

국회가 가까워오자 수백명의 시민들과 취재진이 몰렸다. 국회의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무말없이 국회 담장에 작은 노란 깃발만 꼽고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랐다. 몇몇 학생들은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학생들이 국회에 도착한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새누리당·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가진 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무산됐고 여야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5시 담판을 짓겠다고 ‘또 다른’ 약속을 했다. 하지만 약속은 또다시 지켜지지 않았다.
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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