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택학회(Public Choice Society) 회장을 역임한 플로리다주립대의 저명한 경제학자 홀콤(R. Holcombe) 교수는 고맙게도 최근 '제도와 경제'에 '오스트리아학파와 한국의 경제정책'이란 논문을 기고해 우리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조언하였다. 이 시점에서 간과하기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기에 우리의 정책담당자들이 논문 전체를 소상히 연구해주기를 바라면서, 우선 그 중 경제발전과 정부의 산업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비해 더 우월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특별한 연구와 분석 없이도 그냥 북한을 쳐다보거나 탈북자들로부터 북한의 경제상황에 대해 듣기만 해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인해 빠르게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생각으로 인해 여전히 정부의 산업정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 또한 높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정책금융 등을 통해 소위 '선택과 집중'으로 경제적 부가 일부에 편중되었으므로, 이를 '경제민주화'를 통해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정부정책을 동원해서 인위적으로라도 선택과 집중의 혜택을 받은 재벌을 규제하여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도 자주 등장한다.
이에 대해 홀콤은 한국의 급속한 성장의 원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가 저임 노동력이다. 저임 노동력 덕분에 한국에서의 생산이 더 경제적이게 만들었지만 한국의 소득이 상승하면서 이 요인은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작동하지 않으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옮겨갔다. 둘째 요인은 한국이 다른 곳에서 개발된 선진국의 기술을 채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이점도 이제 우리나라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마지막 요인은 세계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서 지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 20년 후 한국에서 가장 세계적 경쟁력이 높은 기업은 어쩌면 아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로 그런 식으로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낼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다. 그래서 더 이상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경제를 더 빠르게 성장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홀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예전 경험에 의존한 산업정책은 오히려 한국의 발전에 족쇄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제 정부뿐 아니라 재벌도 정부의 정책에 기대어 성장하려는 태도를 벗어던져야 한다.
다음으로 홀콤은 소위 '경제민주화'정책은 정부의 과거의 개입에 따른 문제를 새로운 개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개입에 따른 또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개입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결국 문제해결 능력은 떨어진 채, 더 많은 세금과 규제들로 경제에 부담을 주는 큰 정부로 귀결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 창조경제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기업가정신의 발휘를 어렵게 한다. 결국 세금이 적고 규제가 적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가 계속 경제발전을 이루는 핵심 정책이라는 것이다.
홀콤은 이 이외에도 미국의 닷컴 버블과 국제금융위기 때 나타났던 주택버블 등과 관련해서 시장이자율을 마음대로 조작해도 되는 변수가 아니라 시장가격으로서 투자에 대한 신호로서 기능하도록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우리 정책당국이 잘 새겨듣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