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연예가에서 시작…유통·생산자 정확히 몰라
"관음증 사회가 낳은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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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는 이제 단순한 기업과 개인의 이미지 뿐 아니라 국가의 ‘격’까지도 하락시키는 등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관음증 사회’의 현실을 대변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찌라시를 만드는 사람들이 마치 점조직처럼 이뤄져 있다 보니, 이에 대한 해결이 쉽지 않다.
◇정보의 바다vs소문 집합소(?)
찌라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이 급속도로 발달되기 전 핵심 정보입수방법으로 애용됐다.
이 때문에 각종 소문에 대한 어느 정도 검증작업을 거친 내용들이 정보지 형태로 만들어져 기업과 개인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으로 정보 습득 루트가 확산되면서 찌라시는 당초의 목적인 ‘가능성 있는 정보 제공’에서 ‘무작위 소문을 퍼뜨리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5년 연예인 X파일이 나왔을 때 방송인 J씨와 개그맨 K씨가 찌라시에 가담했다는 소문 때문에 한동안 방송출연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X파일에는 국내 최고급스타 99명과 유망한 신인 26명에 대한 현재 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의 신상정보를 담아 파장을 일으켰다.
또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박지만 미행설 등의 정보를 유통한 것으로 지목된 서울지방경찰청 최모 경위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까지 끊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찌라시 유포가 마치 놀이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언론인 매개한 전문업체가 제조(?)
찌라지는 전통적으로 언론사와 전문업체, 증권사 등이 제작, 유통했으나 최근에는 취재기자 중심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의 경우 업무 특성상 제3자가 남긴 메시지나 각종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 정보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렇다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자들끼리 서로 연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이어 SNS, 모바일 앱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찌라시 시장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업체인 A사에 따르면 4~5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유명언론사와 통신사 등이 찌라시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했지만, 수익성 문제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 관계자는 “찌라시는 월 일정금액을 받고 제공하고 있다. 언론사와 기업 등의 입장에서 보면 정보파트에 직원을 거느리는 것보다 비용을 내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과거 언론인과 기업, 홍보담당 임원, 경찰, 공직자 등이 참여했던 정보습득 방식 또한 취재기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취재기자들이 얻은 정보로 찌라시를 만든다”면서도 “하지만 몇몇 대기업 홍보 임원들은 찌라시 외에 자신들만의 모임을 갖고 별도로 정보교환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용에 대해서는 “한 다리 건너면 대부분 타 매체 기자들과 홍보임원들을 안다”며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찌라시 왜 만드나
기자 외에도 기업정보를 다루는 증권사들이 찌라시업체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가는 업무 특성상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찌라시가) 증권가에서 만들었다는 얘기는 많지만 정확히 누가 만들고 있는지, 어떻게 유통 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고(故) 최진실 관련 첫 유포자로 지목된 백모 씨는 당시 C증권사 직원이었고, 회사로부터 찌라시에 제공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예인 대부분이 기획사에 소속된 만큼 이들의 움직임이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종 정책을 집행하는 공직자 또한 찌라시에 상당부분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기자와 접촉이 많은 기업들은 상대기업의 약점을 흘리는 노이즈마케팅의 장으로 정보를 활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관음증 사회… 집착은 질환(?)
찌라시를 접한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퍼 나르는 행위에 대해 학계는 ‘관음증’과 ‘군중심리’ 등을 경계했다.
박제일 용인대 교수는 “일반인이 볼 때 찌라시는 고급정보인데 유명인에 대한 그럴듯한 정보는 관음증을 자극하고, 많은 사람이 보면 군중심리까지 연결된다”고 말했다.
유명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무분별한 찌라시 살포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운옥 한서대 교수는 “사실여부 확인 없이 찌라시를 불특정다수에게 살포하는 행위는 유명인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궁금증이 낳은 폐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분별한 찌라시 유통은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계성 명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최근에는 신상털기와 사생활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나친 집착은) 질환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