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 계열사 길들이기 및 경영능력 강화 행보
정준양 전 회장과 연관된 대우인터 내분 진앙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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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족한 비상경영쇄신위원회는 그룹의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고 계열사 전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순혈주의’와 같은 오래된 폐습과 경영시스템을 쇄신하기 위한 조직일 뿐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 이번 결정이 권 회장의 작품이라는 해석이다. 이를 통해 그룹 내부의 분위기를 다잡고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기 위한 복안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쇄신위는 인사권이 없어 이번 결정은 회장실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며 “2년차에 들어선 권 회장이 어려운 그룹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룹 핵심 기업인 대우인터의 항명사태는 다른 계열사의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이 업계 1위인 대우인터의 수장을 해임하기로 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부분은 ‘항명죄’다. 지난달 26일 전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미얀마가스전 매각을 통한 그룹 구조조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표출했다. 이 내용은 전날 권 회장에게 먼저 전달됐다. 이 내용에는 권 회장이 잘못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포스코의 부실기업부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포함됐다.
이런 전 사장의 태도가 권 회장에게 곱지않게 비쳤다는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전 사장의 이런 행동이 계열사간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잡음만 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측은 최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교롭게도 포스코플랜텍과 마찬가지로 대우인터가 정 전 회장이 재직 당시 인수한 기업이라는 연관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포스코플랜텍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재무부담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은 권 회장에게 취임기간 동안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기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런 상황은 정 전 회장과 연관성이 높은 대우인터가 그룹 내분의 진앙지가 되는 것을 우려한데 따른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의 색깔빼기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인터의 항명은 검찰의 관심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권 회장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쇄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쇄신위는 △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의식 등 5개 분과위로 구성됐고, 전 사장을 비롯해 황태현 포스코건설 대표,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대표, 조봉래 포스코켐텍 대표, 최두환 포스코ICT 대표 등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가 전 사장에 대한 해임과 관련, 이날 오후 전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사회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전 사장 사태의 책임을 물어 오는 15일 부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회장보좌역으로 경질하고, 정중선 가치경영실 상무를 가치경영실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