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이 추진 중인 대출 등 금융거래 시 제출서류 간소화 방침에 대해 각 시중은행 지점 등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불안감과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편의성 제고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서류가 간소화될수록 각 지점 직원들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은행 대출서류를 현행보다 절반 가량 줄이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금융거래 제출서류 간소화’ 방안을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 제출하는 20개 내외의 서류 가운데 9개 서류가 폐지·통합되고 자필서명도 필요한 경우에만 하게 된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 12일부터 신분증 하나만으로도 대출신청이 가능토록 하는 등 발빠르게 나섰다. 1년 이상 급여이체 실적이 있는 고객의 경우 기존에 신용대출 신청 시 제출해야 했던 재직증명서와 근로자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입증서류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도 16일 기존 최대 24회까지 받았던 서명횟수를 2~3회로 줄이고 계약서 교부절차를 개선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퇴직연금 계약서류 간소화’ 시행을 발표하며 가세했다.
이밖에 NH농협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구체적인 시기만 밝히지 않았을 뿐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대출 등 금융거래 서류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지점장 등 일선 영업 현장 관계자들은 특별한 보완대책 마련도 없이 추진되는 서류 간소화 방안은 은행원들의 업무 리스크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의 B지점장은 “지금도 서류위조 사례가 수없이 적발되는 등 대출사고 위험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만약 서류 간소화가 실시되면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 담당 직원의 업무 리스크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담보대출의 경우 안전장치라 할 수 있는 담보가 있어 서류 간소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신용대출에는 여전히 세심한 심사를 위한 서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서류 간소화 등 규제완화와 관련해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지방은행 서울영업점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소비자 편의 제고를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에 대한 검사 등을 할 때는 제대로 된 관리를 못했다며 지적하는 일이 많다”며 “은행(지점) 입장에서 대출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방법은 사실상 서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 입장에서 신분증만으로 대출서류 제출을 갈음하겠다는 방안이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맞벌이 직장인 C씨(여)는 “많은 직장에서 재직증명서나 원천징수납입증명서 같은 소득증빙 서류 떼는 과정이 간편해져 특별히 편해진다는 느낌은 없다”며 “대출고려 시 여러 은행(금리)을 비교하는 고객 입장에서 급여이체 고객만 (서류 간소화)혜택을 주겠다는 조치가 반갑게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