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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유네스코 본부을 찾아 특별연설을 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유네스코 지원으로 마련된 인쇄 공장을 통해 연간 3000만부의 초등학교 교과서를 찍어 보급해 경제·사회 발전의 초석을 다졌던 한국이 이젠 그 도움을 갚겠다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특별 연설에서 “앞으로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네스코와 함께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구체적 계획을 밝혔다.
먼저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UN) 개발정상회의에서 제시한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구상을 유네스코와 협력해 적극 실천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구상은 개도국 소녀들에 대한 의료, 보건 서비스 강화, 기초교육 기회 확대, 사회경제적 자립도 제고를 위해 15개 개도국을 상대로 내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통해 2억 달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민주주의,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 달성에 기여하는 세계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커리큘럼 개발에도 협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1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에 교과서 개발·보급을 포함한 직업기술교육 사업에 대한 지원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내년부터 5년간 1180만 달러를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아프리카 교육혁신 사업에도 올해부터 2017년까지 600만 달러를 지원한다.
과학분야에서도 박 대통령은 15개 개도국을 상대로 내년부터 5년간 KOICA를 통해 2억달러를 지원하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구상’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물안보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 연구·교육 센터’를 대전에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박 대통령은 유네스코를 통해 개도국의 문화다양성 과 창의산업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르완다 등 3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상황에 맞는 문화창의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연구에 정부가 47만 달러를 지원한다.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국을 광주에 유치할 계획이며 오는 9일 유네스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유네스코 방문을 계기로 충북 충주시에 국제무예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박 대통령 임석 하에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청소년 발달 및 참여를 위한 국제무예센터 설립 협정’을 체결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유네스코에 대한 한국의 자발적 기여 협력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MOU는 한·유네스코 신탁기금사업 협의채널을 외교부로 단일화, 한·유네스코 신탁기금 검토회의 정례화, 신탁기금 사업의 감사와 모니터링, 검토와 평가체제 구축 등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