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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전 장관 “한국경제, 과감한 구조개혁해야 미래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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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6. 01. 28. 09:59

[장관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3] 이명박정부 경제사령탑 '박재완 전 기재부장관·고용노동부장관' 인터뷰, "한국경제 전반 만성적 질환상태, 당장 어렵지만 지금 개혁·변화 해야 살아 남아", "노동 이중구조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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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과감한 개혁과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만성적 질환상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지금 구조개혁을 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진=행공노 정책연구소 제공
“한국 경제가 과감한 개혁과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만성적 질환상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당장은 어렵지만 지금 구조개혁을 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61·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은 2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 체질 자체에 대한 과감한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의 안보리스크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초저유가 사태,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 확산까지 세계 경제의 ‘칵테일 리스크’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에도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갈 길 바쁜 노동개혁도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이 17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합의 내용을 전격 파기 선언하면서 사실상 불투명한 상황으로 접어 들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핵심 개혁 과제인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국회에서 줄줄이 발목이 잡혀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정무수석, 기재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을 맡았던 ‘MB정부의 경제사령탑’인 박 전 장관을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박 전 장관은 현재 정부 도움 없이 중립적인 순수 민간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으로 특정 정파의 입장이 아닌 정론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제 전반을 진단한다면?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만성적 질환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당장 1997년 외환위기처럼 시스템적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성장잠재력이 계속 떨어지고 산업경쟁력도 후발국가들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녹록하지는 않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하고 너무 밀접히 연계돼 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가 하나의 경제 풍향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글로벌 경제가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경제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급격히 역피라미드 구조로 변하고 있다. 산업화시대의 성공 방정식이 지금의 지식집약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 과감한 개혁과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미적지근한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지금 구조개혁을 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점은?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한결같이 지적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다. 이중구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규직은 오랜시간 근로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남성이 주된 근로자 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다. 이런 격차들이 가장 큰 문제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최급선무
정규직제도 너무 경직, 기업들 손쉬운 비정규직 ‘우회’
사회 전반 직종간에 유연한 이동시스템 구축이 필요”

박재완 인터뷰 16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면서 “이중구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진=행공노 정책연구소 제공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주된 원인은?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원인은 결국 정규직 쪽에 여러 가지 제도가 너무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규직 채용을 늘리기 보다는 손쉬운 비정규직을 늘려 부담을 덜어 보려는 우회로를 찾는다. 우리는 정규직이 안정성도 갖추고 보수도 높고 더군다나 복지급여(fringe benefit)까지 갖추고 있다. 정규직이 모든 부분에서 우위에 있고 비정규직은 열위에 있어 모두 한결같이 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정규직은 주로 규모가 큰 대기업, 금융기업, 공무원에 편중돼 있어 젊은 세대들이 이쪽만 선호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눈높이와 실제 수급이 맞지 않게 된다. 노동개혁 어법상에 나와 있는 가장 큰 오해의 하나가 바로 유연하게 만들면 열악하게 근무하는 저소득 영세기업의 근로층이 더 손해를 볼 것이다라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와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 방안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보면 똑같은 조건이라면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임금이 높아야 한다. 비정규직은 그만큼 안정되지 않은 위험을 많이 안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을 근무하면 그만큼 위험대가를 얹어서 주는 것이 맞다. 프로야구 선수도 장기 계약자보다 단기 계약자의 연봉이 높다. 사실 노동개혁은 격차를 해소하려면 비정규직을 줄이고 더 많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주된 취지다. 이 단계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노사간에 많은 협의가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방향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시장 전반의 인식과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연공서열은 산업화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자고나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던 시절에 더 오래 근무하면 임금을 더 많이 주는 체계가 돼야 오래 잡아 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제도가 그 방향으로 진화하게 됐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의 분야, 방식, 업무의 변화를 줌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자리를 옮기면 ‘저 사람은 도태된 한계 인력이구나’ 하는 낙인을 찍는 사회적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개인 자영업으로 몰리게 되고 잘 알지 못하는 일 하다 보면 파국을 맞게 된다. 은행 다니던 사람이 삼겹살 식당을 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 자금담당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부문간에 이동을 할수록 사회 전반에 걸쳐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올해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어 경제전반에 부담을 주고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이명박정부 시절 ‘박재완 경제팀’은 유로존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파장이 크지 않았지만 전방위적으로 위기가 극복됐던 상황에서 다시 파고가 밀려오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권 무상 포퓰리즘 공세가 치열했다. 당시 재정위기 상황인데 재정지출을 늘리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늘릴수는 있었겠지만 방만하게 늘리자는 것에 대한 방어자 역할을 했다. 정부나 정치권이 정답을 알면서도 표심(票心) 때문에 복선을 깔고 왜곡된 정책을 채택하거나 갈기갈기 찢어져서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에너지가 낭비되는 사례가 많다.”

-MB정부 시절 핵심 요직들을 역임했다. 장관은 어떤 리더십을 갖춰야 하나?
“백년대계의 혜안이 있어야 한다. 보통 장관들이 자기 임기나 정권의 임기에 시계가 갇히기 쉬운데 그걸 뛰어 넘어서 좀 더 멀리보고 바른길을 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동도서기(東道西器)의 내공, 즉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중국 개념으로 중체서용(中體西用)이라는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원칙적인 것만 강조하면 시아파·수니파 갈등이라든지 미국 공화당의 티파티라든지 심지어 이슬람무장조직(IS)이라든지 그런 식으로 가버릴 수 있다. 너무 강경노선은 안 된다. 다양한 콘텐츠로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려 가면서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런 내공이 필요하다.”

-일선 장관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을 제언한다면?
“단순히 사람이 좋아서는 안 된다. 정말로 골똘하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 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접근하면 답이 나온다고 본다. 그렇게 남을 배려하는 대안이 나오려면 역지사지와 허심(虛心)이 있어야 한다. 허심은 곧 전제가 선공후사다. 최대한 사심을 버리고 전체를 위해야 한다. 물을 거슬러서 노를 젓는 투지도 있어야 한다. 결국은 자기 철학을 갖고 있되 남의 얘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는 선청(善聽)이 중요한 덕목이 되는 것이다. 선청이 돼야 공감하고 설득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제3의 길이 나온다.”

“정부·정치권 ‘정답’ 알면서도 ‘표심’ 의식 왜곡 정책
장관들, 너무 강경노선은 안돼 열린 선청(善聽) 절실
정권 임기 뛰어넘어 멀리 바른길 혜안(慧眼)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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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노동개혁은 격차를 해소하려면 비정규직을 줄이고 더 많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주된 취지다”고 말하고 있다. / 사진=행공노 정책연구소 제공
-차관의 역할론은 뭔가?
“권한위임(Empowerment)이 중요하다. 결국 차관이 장관일을 하고 차관보가 차관일을 하고 과장이 국장일을 하는 조직은 융성을 한다. 하지만 장관이 차관일을 하고 국장이 과장일을 하는 조직은 망하게 돼 있다. 이론 논리선상에서 가장 최하위단계의 공무원이라고 할지라도 대통령처럼 생각하고 일을 하면 그 국가가 잘 안될 수가 없지 않겠는가. 차관은 기본적으로 장관역할을 해야 한다. 장관은 그 분야에서 최종결정권자(final sayer)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야 된다. 율곡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을 보면 뛰어난 임금이 영웅호걸도 잘 부리면 태평성대요, 부족한 임금도 신하가 어질면 치국이요, 임금이 총명한데 신하를 불신하면 혼란이요, 부족한 임금이 아첨하는 자만 믿으면 난국이라고 했다. 인사를 예를 들면 장관이 차관을 믿고 맡기면 차관도 최대한 공정하게 돼 있다. 차관 역시 다 알겠는가. 믿고 맡기면 자동적으로 다면평가가 돼 인사가 원만하게 돼 있다.”

-이명박정부가 대(大)부처주의를 지향했다는 평가다. 한국에 맞는 정부 사이즈는?
“헤리티지재단에서 나오는 경제활동 자유도가 있다. 그걸 보면 정부의 역할과 입김이 작을수록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민간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왕성해진다는 것은 검증됐다. 후진국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한국은 선진국 규범을 따라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는 역할과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꼭 법에 있는 규제 말고도 간섭하는 것을 줄이고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정부의 공식 재정과 규모는 늘어날 수 있지만 너무 통제를 하지 않으면 어떤 수요를 보고 생긴 조직이 그 수요가 변했는데 그대로 있고 새로운 수요가 생긴 곳은 또 늘리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어 들고 노인의 수는 늘어 나면 그곳의 재정과 인력은 좀 줄이고 노인복지에 대한 인원은 증가를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부조직은 법으로 규정돼 있어 유연하게 바뀌지가 않아서 늘려야 할 곳은 늘리지 못하고 줄여야 할 곳을 줄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조정을 잘 해야 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국방도 마찬가지다. 현대전은 6·25전쟁과 다른 양상이다. 그렇다면 육군보다는 해군과 공군을 늘린다던지 하는 과감한 개편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병과별로 이해관계가 있어 참으로 힘들다. 전체 규모 측면에서는 가급적으로 작은 정부가 옳다고 보지만 국가 필수기능에 대응하는 발빠른 조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영향력과 입김이 줄여야 합리적인 정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의 시대적 사명은 무엇이라고 보나? 경제기획원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선도했던 것처럼 경제관료 중심의 복지기획원을 만들어 보자는 일각의 견해도 있는데?
“기재부가 경제부처이기도 하지만 재정부처이기도 하다. 지금도 보건복지부가 복지계획은 충분히 하고 있고 재원은 기재부와 상의를 하는 구조다. 현재 체계로서 충분히 그 취지를 살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더군다나 현재 기재부가 복지 쪽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굳이 또 신설부처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큰 틀에서 복지계획은 다 만들어져 있다. 다만 70년대 오일쇼크로 국민연금이 좀 늦게 도입되었던 부분이 아쉽다. 미래 성장동력은 원래 일어섰던 것이 교육이다. 산업화시대에 맞은 판박이 교육을 해왔다. 어느 정도 문해력과 표준화 기술은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기술자를 길러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창의력 높은 인재를 길러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스마트성장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양적 성장 전략이 주효했다면 이제 양적 성장은 중국에 당해낼 수가 없다. 스마트성장이라는 것은 투입이 적더라도 성과가 많은 나는 성장시스템이다. 이러한 스마트 성장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교육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가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시 사람이다’는 것이 해법이며 미래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근혜정부의 경제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의 경제사령탑이었다. 성균관대 교수라는 공통점도 있다. 안 수석과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 박근혜정부 임기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경제성과에 대한 비교가 있을 것 같다.
“세제실 사무관 시절에 안 수석은 조세연구원 창립멤버로 근무할 때부터 교분을 나눈 뒤에 재정학회 회원으로 꾸준히 교류했다. 그 이후 제가 학교로 옮긴 후에 안 수석도 같은 학교로 옮겼다. 일도 같이 하면서 친분이 두터워졌다. 비교보다는 협력대상이다. 안 수석이 지금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당연히 옆에서 조금이라도 보탤 줄 수 있다면 힘을 보태야 되지 않겠는가. 공직에 나가는 것을 입신양명과 권력적인 측면에서 보는 것보다 공동체를 대신해 무거운 짐을 지는 것으로 봐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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