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 당선되면 국내정치 전면 재조정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0516010007657

글자크기

닫기

안정환 기자

승인 : 2016. 05. 16. 15:01

“강대국 사이에서 정치인 국제관계 안목 중요”
김민 사진 고려대 20160516
김민 고려대 겸임교수(42·정치평론가/동시통역사)는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13 총선 결과와 함께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해 평가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외교안보와 국제적 위상, 국내 정치와 정책은 모두 다시 조정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데 민생이나 경제 정책이 무슨 소용인가.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인 동시에 역사적·지정학적으로 볼 때도 완충국(Buffer State)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미동맹이 유지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안보와 국제적 위치, 국가의 존립 자체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민 고려대 겸임교수(42·정치평론가/동시통역사)는 1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13 총선 결과와 함께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외교안보와 국제적 위상, 국내 정치와 정책은 모두 다시 조정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 같은 완충국의 경우 국가가 가장 중요시 해야 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와 외교관계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국제관계에 대한 안목은 정치적 자질의 공통분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이명박 전직 대통령의 전담통역관을 지냈다. 국내 현실 정치와 함께 외교안보·국제정치 전반의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각종 언론매체와 민·관기관의 동시통역은 물론 강연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모교인 고려대에서 겸임교수를 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선 분위기는?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아 한미동맹과 대한민국의 안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의 민감한 발언이 잇따르는 만큼 미국 국민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잘 이해하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대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 4일(미국 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독일 등이 미군 주둔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동맹이란 공동의 적이 있을 때 자연스레 결성되기 마련이다. 또한 한미동맹은 분단 이후 적잖은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대북관계와 외교안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의 반복된 이러한 발언들은 국제정치와 동맹을 단지 당장 눈에 보이는 자국의 경제적 단기 이익에만 기초해서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비즈니스 개념으로 미국이라는 대국을 경영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한국은 물론 국제정치와 외교질서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국가를 지탱하고 유지하기 위한 그 어떤 것도 우선순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상컨대 트럼프가 대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전 세계적 외교안보를 외교안보 전문가가 아니라 군사 지도자에게 맡길 태세다. 외교안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만약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국의 대북 문제는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보나?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문제를 얘기할 때 남북의 대립구도에 북한의 핵 보유와 실험은 모든 논쟁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북한의 대남 도발과 위협은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고 적극적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미국이라는 큰 부담감이 소멸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제정세로 볼 때 국가경쟁력의 우선순위와 힘의 논리, 서열은 단지 군사력에 국한돼 있지 않다. 한국이 한미동맹 결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듯이 중국관계에 있어서는 경제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

국가 간 물리적 충돌에 있어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수·출입 등 한국 경제와 가장 큰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상대는 중국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 공화당의 트럼프는 경제적 측면에 입각해 한반도가 한미동맹에 필요한 국방비를 전부 부담하지 않을 경우 극단적으로는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면 동시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와 북한, 일본과 동북아 국가들의 유·무형적 경제블록은 더욱 구체적이고 가시화될 것이다.

미국도 결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경제 수준과 관계성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대외정책을 서서히 완화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국제정치의 논리다. 다만 지금은 비즈니스맨 출신 트럼프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현재로선 좀 더 지켜보며 판단해야할 문제다.”

-4·13 총선 이후 국내 정치를 전망한다면?
“솔직히 유구무언이다. 대한민국 현실 정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혹스럽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게 없지 않나. 당선자들만 달라졌고 없던 정당이 생겨난 것 외에는 대한민국 정당 정치는 아직도 후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친박(친박근혜계)을 외쳐대던 정치인들은 서서히 없어지고 있다. 다들 계파청산이 정치 현안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할 말이 없어지면 가끔씩 민생을 주장한다.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 같다. 국민들은 식상하다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대한민국에 지금 진보와 보수가 어디 있나. 오로지 자신들의 당락의 유불리만을 따져 공천을 받으면 그만인 사람들 아닌가. 어느 나라의 정당 정치를 보더라도 그렇게까지 진정성도 없고 발전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나라는 드물다. 이것은 정치(政治)가 아니다. 사치(私治)다.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 정말 해야 할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지역만 보더라도 나오던 사람들이 계속 나온다. 낙선해도 2년마다 총선, 지방 선거를 넘나들며 말이다. 중앙정치의 역할과 필요성, 지방정치, 지역정치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반증이 아니겠나.

유권자들도 변해야 한다. 현실이 싫으면 다 진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뭐든지 다 바꾸고 싶은 스트레스의 표출이다. 오죽하면 정부와 여당이 하는 일은 다 못마땅해 하겠나. 최근까지 정부와 여당의 관계는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집권 여당도 바뀌어야 하고 정부도 삼권분립에 보다 충실했으면 한다.”

-이번 총선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뭐라고 보나?
“중앙정치는 국회의원의 몫이고, 지방정치는 기초광역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몫이다. 국민의당의 선전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의 계파 싸움과 ‘공천전쟁’에 식상함과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한 유토피아적 정당과 정치를 갈망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영남의 정당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정당이고, 국민의당은 호남 정당으로 밖에 현재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국민들은 정당이 정당 본연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 니즈(needs)를 충족 시켜 줄 정당을 잠재적으로 찾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충분히 유리한 상황에서도 참패를 했는데 이는 집권 여당과 정부의 삼권분립 준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의 돌파구는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여소야대에서 벗어나야 주도권을 가지지 않겠는가. 그 다음에 승산 있는 대선 후보를 영입하는 것이고,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현재 여당은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 말로만 멈춰서는 비전이 없다. 정말로 혁신을 해야 한다. 바로 혁신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 때 여야가 바뀔 가능성이 다분하다.”
·
-야당의 추이와 ‘국민의당’의 출현이 기존 양당구조 체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호남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게서 돌아섰고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김종인 대표보다는 안철수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한 정당득표율을 보면 불특정한 유권자를 포함해 새누리당의 계파싸움과 친박 논란에 등을 돌린 유권층이 제3의 정당인 국민의당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알차게 획득했지만 갑자기 출현한 정당의 이념이나 정치적 중심을 보고 지지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듯이 유권자도 역시 생물이다. 좋아서 선택하는 경우 보다는 덜 싫어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총선 결과로 미뤄보면 이미 진보와 보수는 충분히 희석됐다. 차라리 인물론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워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치인들은 이제라도 자신을 위한 정치를 그만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기를 당부한다. 여당은 오만과 교만을 버리고 국민들이 인내할 때 때로는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과 야당을 포용할 수 있는 정치를 해주길 기대한다.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춰주기를 바란다. 국민과 정부와 여당이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반대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바꾸려 한다면 더 좋은 것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반대는 국력을 불필요하게 소모시키는 행위이며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정치는 결국 갈등과 분쟁을 이성적인 타협과 협상으로 풀어나가는 일이다. 국민의 대표들이 협상과 타협에 미숙하다면 이미 대표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총선 결과와 현재 한국 정치를 보면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통령을 비롯해 지역구 국회의원이든 기초·광역 단체장이든 내 자신이 선택한 당선자가 아니더라도 대의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선거결과가 정해졌다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그들의 임기 동안만큼은 비난과 야유 대신 기다리며 지켜봐 주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 성숙된 정치의식만이 우리 스스로의 안보와 안정과 경제적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최상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데일리 폴리(Daily Politics)’ 정치서를 펴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데일리 폴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어렵고 식상한 정치 얘기를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사실적 에피소드로 풀어낸 책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명확하게 거부감 없이 정치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그 안에 대인관계, 처세, 철학 등 전반적인 교양도 함께 다뤘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여러 곳의 강연을 많이 다니기도 하지만 아무튼 데일리 폴리 덕분에 강연 요청이 많아져 바쁘게 지내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가을 중요한 통역이 예정돼 있으며 과거 통역사로서 영어 관련 방송 출연 외에 정치전문가로서는 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에 처음 방송이 나갔다. 바로 새로운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강연과 통역 등 일정이 빡빡해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정치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활동과 노력을 할 예정이다.”

◇ 김민 고려대 겸임교수는 동시통역사이며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몬트레이 통역대학원을 마친 후 청와대와 국회·외교부를 거쳐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담통역관을 지냈다. 방송사 외신 통역을 하고 있으며 언론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서울시청 등 국가 기관과 기업체, 중·고등학교 대학 등에서 멘토링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첫 저서 ‘데일리 폴리’ 적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안정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