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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골공항’서 최고 국제공항으로 상전벽해한 인도서 보는 동남권 신공항 논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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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기자

승인 : 2016. 05. 24. 17:28

김해공항, 인도 10대 지방공항보다 초라...동남권 신공항, 배후 도시 세계적 관광·쇼핑천국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 관점에서 건설해야
콜카타 공항
인도 5대 공항인 인도 동북부 웨스트 벵갈(West Bengal)주 콜카타(Kolkata) 네타지 수바시 찬드라 보스(Netaji Subhash Chandra Bose) 국제공항 내부 모습. 공항은 1995년 신축됐으며 무장 독립투쟁가 찬드라 보스의 이름에 따라 개칭됐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취재를 위해 인도 각지의 공항을 이용할 기회가 있다. 이용해 본 공항 가운데는 인도 전국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연결하는 5대 국제공항, 델리(Delhi)·뭄바이(Mumbai)·벵갈루루(Bengaluru)·첸나이(Chennai)·콜카타(Kolkata) 공항이 포함돼 있다.

먼저 인도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들은 델리 인디아 간디 국제공항을 비롯한 이들 초현대식 공항 규모와 설비에 놀라게 된다. 서비스도 세계적 수준이다. 전세계 이용객이 세계 최고라고 손꼽는 인천·홍콩 첵랍콕·싱가포르 창이 등을 이용한 경험에 비추어도 손색이 없다.

델리 공항
인도 최대 공항인 델리(Delhi) 인디아 간디(Indira Gandhi) 국제공항 내부 모습. 인디라 간디는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의 딸로 2차례에 걸쳐 15년간 인도 총리직을 수행했으며 1984년 경호원에 의해 암살됐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델리 공항
인도 최대 공항인 델리(Delhi) 인디아 간디(Indira Gandhi) 국제공항 내부에 있는 인도의 상징 코끼리 동상./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델리 공항
인도 최대 공항인 델리(Delhi) 인디아 간디(Indira Gandhi) 국제공항 내부에 있는 2014년 국제공항협의회(ACI) 선정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 월드 넘버원’ 표지판./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실제 델리와 뭄바이 공항에는 각각 2014년, 2015년 국제공항협의회(ACI) 선정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 월드 넘버원’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인천공항이 11년 연속 1위를 기록한 대형공항(여객 4000만명 이상)과 다른 중대형(2500만~4000만명)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두 공항은 지난해 이용 여객 4000만명을 돌파해 인천공항과 경쟁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10년여년 만에 인도를 찾는 방문자에게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일 것이다. 사실 이들 공항이 ‘시골 공항’에서 벗어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뭄바이 공항
인도 2대 공항인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 뭄바이(Mumbai) 차트라파티 시바지(Chhatrapati Shivaji) 국제공항 내부 모습. 차트라파티 시바지는 인도 최후의 힌두왕조 마라타(Maratha) 왕조를 설립했으며 사망할 때까지 무굴제국에 맞선 미라타족의 지도자다. 뭄바이 공항뿐 아니라 빅토리아역, 웨일스 왕자 박물관도 차트라파티 시바지의 이름에 따라 개칭됐다. 1996년까지 봄베이(Bombay)였던 시 명칭 뭄바이도 힌두교 여신 뭄바(Mumba)에서 유래한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델리·뭄바이 공항은 올해로 민영화 10주년을 맞이한다. 델리 공항의 경우 민영화된 해인 2005년 1600만명이었던 여객이 10년이 지난 후 3배인 4800만명으로 늘었다. 올해 5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뭄바이 공항의 여객은 4160만명이었다. 당초 예상 3500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매년 평균 14%씩 성장하고 있는 인도 항공 이용객의 폭증을 잘 보여준다. 인천공항 출신 안상준 씨가 최고상업경영자(CCO)로 일하고 있는 벵갈루루나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랭킹 6위인 하이데라바드((Hyderabad), 7위 코친(Cochin) 공항의 경우처럼 민간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공항도 있다.

뭄바이 공항
인도 2대 공항인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 뭄바이(Mumbai) 차트라파티 시바지(Chhatrapati Shivaji) 국제공항 내부에 전시된 문화 유물./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인도에서 가장 여객이 많은 1~7위 공항 가운데 5곳이 민영화 또는 민간 운영 방식을 채택, 세계적 공항으로 탈바꿈한 것에서 보듯 인도 공항의 현대화와 성장 비결은 민간 시스템의 도입이다.

인도의 공항에서는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터미널과 활주로의 신축 및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민영화·민간 운영 공항과 별도로 인도공항공사(AAI)는 향후 4년 동안 40여개의 지방공항의 터미널·활주로 확장 공사에 1507억 루피(2조6500억원)를 투입한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600억 루피(1조548억원)를 투입해 75개 지방공항의 개발과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인도에도 유령공항이 있다. 475개의 공항 가운데 AAI가 운영 중인 125개의 과반에 가까운 55개 공항이 1편의 비행기도 운항하지 않는 유령공항이다. 유령공항 양산은 유력 정치인의 입김과 AAI의 무능에 기인한다고 한다. AAI가 기록한 2016년 회계연도 총수익 1031억7000만 루피(1조8137억원) 가운데 델리·뭄바이 공항에 대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육박하는 것에서 민간과 공사 운영이 가져오는 결과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첸나이 공항
인도 4대 공항인 인도 남동부 타밀 나두(Tamil Nadu)주 첸나이(Chennai) 국제공항 내부 모습. 타밀 나두주, 첸나이시 모두 마드라스(Madras)에서 1996년 개칭됐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인도 공항의 성장에서 저가항공사(LCC)의 역활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최대 여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인디고(Indigo) 역시 저가항공사다.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저가항공 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인도 공항의 상황은 한국 지방공항의 활성화에 참조가 될 것이다. 먼저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에 대한 민영화 또는 민간운영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아울러 저가항공사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 조치가 필요하다. 대구 청주 등 지방공항이 저가항공사의 취항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현실은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지방공항이 공항 시설과 서비스의 현대화를 통해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해외 여행객에게 매력적인 방문지로 탈바꿈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한민국 2대 도시 부산의 관문 김해공항의 시설과 서비스는 인도 10대 지방공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정치권의 지역 이기주의와 책임 회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시급하게 생각되는 이유다.

벵갈루루 공항
인도 3대 공항인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Karnataka)주 벵갈루루(Bengaluru) 근교의 켐페고우다(Kempegowda) 국제공항 전경. 콤페 고우다는 1537년 진흙 요새로 벵갈루루를 건설한 영주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최대 난관인 동남권 신공항의 유지 선정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용 여객, 취항 항공사의 입장과 공항이 지향하는 미래상이다. 이용 여객을 단순히 국내 여행객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이 공항을 이용할 외국 여행객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환승객 또한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경우 신공항이 가장 벤치마킹해야 할 곳은 홍콩 첵랍콕·싱가포르 창이 공항일 것이다. 이곳에는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며칠 머물기 위해 이용하는 승객이 많다. 공항 시설 및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승객이 편리하게 이용하거나 머물 수 있는 매력적인 배후 도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도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배후 도시의 아름다운 경관과 쇼핑·호텔·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을 갖춘 곳에 건설돼 잠시 머물기 위해 방문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방문하게 해야 한다. 공항이 들어설 도시와 지역을 세계적인 관광·쇼핑천국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성장 동력의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점은 공항 시설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인천 공항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뒤지는 부분이다. 목적지로서만이 아니라 멋진 경유지, 환승을 위해 할 수 없이 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환승 대기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항, 나아가 환승을 일부러 고려하게 만드는 공항, 이것이 새로운 시대, 우리 공항의 미래 존재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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