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Spot-Light] 삼성그룹의 차기 리더...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07

글자크기

닫기

박용준 기자

승인 : 2009. 01. 19. 18:50

삼성이 올해 정기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통해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전무가 경영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번 임원 승진 인사에서 이 전무는 승진에서 제외됐지만, 이 전무 인맥의 전면배치와 세대교체를 통한 ‘젊은 삼성’의 이미지를 부각돼 삼성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의 측근그룹이 대거 퇴진한 것도 이 전무로의 경영승계작업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은 이재용 전무체제로 변신하기 위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편집자 주>

삼성그룹이 지난주 사상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19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전무는 3년이라는 승진 연한에 묶여 승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승계작업을 다지기 위한 이 전무 인맥의 전면배치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영(YOUNG) 삼성' 색채가 두드러졌다.

우선 삼성의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으로 이 전무의 경영교사 역할을 했던 최지성 사장이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투톱체제로 정비됐고, 이 전무의 선배로 삼성전자 홍보팀장을 맡고 있던 이인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홍보를 담당하게 됐다.

또 이 전무가 등기이사로 있는 S-LCD의 장원기 대표이사 겸 LCD총괄 부사장도 회사 출범 초기부터 이 전무와 호흡을 맞춰왔던 인물이다. 결국 삼성의 인사는 그룹내 변신을 꾀하면서도 이 전무의 친위대를 포진시키는 방향이 주된 골격이다. 친위대가 포진된 상황에서 이 전무가 얼마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무의 경영실적이 바닥으로 떨어질 경우 이 전 회장의 복귀의 필요성을 외부에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

◇이 전 회장 측근 퇴장…후계구도 박차=이번 삼성의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건희 전 그룹 회장과 함께 했던 측근들이 퇴장한 빈 자리에 이재용 전무 측근들이 대거 전면배치됐다는 점이다. 이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점을 시사하는 인사인 셈이다.

실제로 그동안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3인방 가운데 이윤우 부회장을 제외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대회협력담당 부회장과 반도체 신(新) 성장이론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이 퇴진했다.

이들은 현재의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이 사장의 나이가 올해 60세이고 이미 고문역할을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퇴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능력을 볼 때 특별한 퇴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황 사장은 이제 50대 중반이다.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 명분 외에 인맥교체의 성격이 다분하다고 비쳐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라'로 표현되는 이 전 회장의 신경영 세대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이재용 전무 체제로 다시 변신하기 위한 첫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조직을 과거 4개부문 사장이 관리했던 것을 디바이스부문(반도체+LCD)과 DM&C부문(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으로 나눈 것도 조직의 슬림화를 통한 빠른 위기대응 능력 향상이란 것 외에 이 전무에 대한 배려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전 회장에 비해 아직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이 전무로선 여러 분야로 관리하기 보다는 가급적 적은 분야를 관장하는 대신 부문 사장에게 많은 권한을 주기 위한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과 윤순봉 삼성 업무지원실 부사장 등을 경영 전면에 배치한 것과 이인용 삼성전자 홍보전무를 그룹 홍보담당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 또한 이재용 삼성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정비작업의 성격이 짙다.

이 전무의 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최지성 사장은 삼성 회장 비서실을 거쳐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등 삼성내 요직을 모두 거친 유일한 인물이다. 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부터 이 전무와 해외 전시행사를 함께 다니는 등 교감을 쌓으면서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주축세력의 핵심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부소장 시절 이 전무의 중용으로 그룹 업무지원실(홍보) 부사장으로 입성한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도 이 전무의 친위대 구축과 관련이 깊다.

아울러 이번에 삼성그룹 부사장으로 승진, 새로 생기는 ‘삼성커뮤니케이션팀’을 맡게 된 이인용 삼성전자 전무 또한 이재용 전무의 대학선배로 이 전무가 직접 ‘문화방송’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삼성커뮤니케이션팀’은 옛 삼성의 홍보 홍보팀 역할을 하는 부서로 이 부사장은 앞으로 그룹의 ‘입’ 역할을 하고, 이재용 전무의 이미지 관리를 책임지게 됐다.

◇ 경영전면에 나선 이재용 인맥=삼성이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전무에 대한 권력이양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 전무가 삼성그룹 경영전반을 맡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의견이다.

삼성으로서는 꾸준한 성과를 통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전무가 최지성 사장과 이인용 부사장 등 친위대를 먼저 전면에 포진시킨 것 또한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이 전무와 함께 코드를 맞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각 계열사 사장단을 50대의 ‘젊은 피’로 바꾸고 기술개발과 해외영업 등 ‘현장’을 중시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비자금 사건으로 옷을 벗었던 인물들이 대거 중용된 것 역시 이 전무에로의 권력승계 기반을 만든 보상성격 차원으로 보인다.

삼성 차명계좌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배호원 전 삼성증권 사장이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기소됐던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이 삼성토탈 사장으로 각각 재기용 됐다.
 
또 삼성의 정보수집과 로비업무를 총괄했던 장충기 전 전략기획실 기획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돼 삼성브랜드 관리위원장을 맡게 됐고, 최주현 전 전략기획실 경영진단담당 부사장도 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했다. 황백 제일모직 사장 역시 삼성사건 2심때 중요한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 경영능력 검증 시험대 올랐지만, 경영악화시 이 전회장 복귀 가능성도=삼성이 이번 인사를 통해 이 전무에로의 경영권승계 작업 초석을 놓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계와 증권가 일각에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이 전무가 그룹을 장악하는데 이번 인사가 중요한 포석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A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사만 갖고 그룹의 무게 중심이 이 전무 쪽으로 쏠렸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실질적인 경영수업을 받게 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무에게 이번 인사는 그룹 장악력과 경영능력 등에 대한 본격적인 시험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룹을 이끌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로 글로벌기업의 올해 경영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실적이 당초 예상과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이 전무체제로의 방향전환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인사는 이 전무에로의 경영권 이양 준비작업과 함께 이 전 회장의 경영권 복귀 가능성 등 두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무 측근에 무게가 쏠린 이번 인사는 삼성의 경영실적이 곤두박질 칠 경우 이 전 회장의 수렴청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다.

이는 이 전 회장이 복귀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그룹의 경영상태에 따라 명예회장 등의 직함을 갖고 복귀할 수 있다는 사전 포석의 의미로 풀이된다.
박용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