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안보는 전세계의 문제지만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범죄율이 늘어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보도했다. 실제로 올해 아시아 지역에서 큰 금융 해킹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올해 초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말웨어를 이용한 해킹 공격에 무려 1000억 원 가량이 털리면서 총재 및 부총재가 사퇴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 해킹을 통해 위조한 신용카드로 전국 1400여 개의 현금인출기(ATM)에서 200억 원이 빠져나가는 대규모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태국은 지난 7월 정부저축은행 소유의 ATM이 해킹당한 후 3500여 개의 ATM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지난해 사이버범죄가 389% 늘어난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날 “사이버 안보 문제는 새로운 위기”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보보안자문 로그리듬(LogRhythm)에 따르면 올해 아태 지역에 있는 은행과 기업의 90% 이상이 해킹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은 76%, 2014년은 66%로 올해 급격히 해킹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아태 지역은 해킹으로 인한 피해 금액도 가장 컸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그랜트쏜튼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4년 9월부터 2015년 9월 사이 아태 지역의 해킹으로 인한 피해 추산액은 813억 달러(약 90조 원)로 북미(623억 달러)와 유럽(613억 달러)을 뛰어넘어 전세계 피해액(3150억 달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최근 보도되는 해킹사건들은 대체로 오래전부터 준비된 사이버 공격의 결과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일 경우가 많아 더욱 우려된다. 많은 사례에서 해커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공격대상 시스템에 피싱 이메일을 보내고 말웨어를 침투시키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글로벌보안업체 파이어아이에 따르면 아태 지역 기업 및 은행들은 해커가 시스템에 침입한 것을 알아채기까지 평균 520일이 걸렸다. 이는 세계 평균 146일보다 3배 많은 수치다.
FT는 북미와 유럽지역은 오래전부터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해온데 반해 아시아의 은행과 기업들은 인식과 투자 부족으로 안보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파이어아이의 아태 지역 최고기술책임자 브라이스 몰란드는 “아시아 지역의 주요 은행들이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으나 많은 은행들은 여전히 안보보다 관행에 몸을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시아 금융서비스업계가 실제 보안을 위해 개혁하기보다 기존 규제를 지키는 데만 초점을 맞춰 대규모 사이버 안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관도 거의 없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더해 대다수 아시아 지역의 기업과 은행들은 사이버공격을 당해도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어 문제다.
파이어아이 자회사 맨디언트는 “미국은 아태 지역과 달리 해킹 시도를 즉각 보고하지 않으면 상당한 법적 책임을 묻기 때문에 자체 신고하는 비율이 높고, 그만큼 빠르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각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은 내달 싱가포르에서의 정상회담에서 보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일본은 핀테크 투자규제를 완화할 예정으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직접 은행가들에게 늘어날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