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해적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 ICT 기술과 초고속 통신망이 주도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바다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해적들이 징세관이 탄 배를 습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해적은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한 것을 알 수 있다.
해적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울 때 바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선박 통항량이 많은 곳에서 주로 발생했다. 국제상공회의소 해적정보센터(ICC-PRC)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전 세계 해적공격은 1491건이 발생했고, 그 중 해적에 피랍된 건은 121건이었다. 해적들은 무력으로 선박과 화물을 강탈할 뿐만 아니라 승선원까지 공격, 납치하는 등 날로 흉포화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는 해적 활동이 활발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2011년 삼호주얼리호가 피랍 후 6일 만에 구출된 소말리아 해역은 최근까지 해적활동이 가장 심각한 곳이었다. 이 지역은 연합해군의 해적소탕작전 등 국제적인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을 만큼 해적 활동이 급감했으나, 소말리아를 제외한 서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해역의 해적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소말리아를 포함한 서아프리카는 오랜 내전으로 인한 무정부 상태와 외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으로 인해 연안자원이 황폐화돼 가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이 돈벌이를 위해 해적질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남아에는 아시아와 중동 간 최단 경로인 말라카해협을 건너는 유조선 등을 노리는 해적이 끊이지 않는다. 동남아에는 현금, 귀중품, 화물 등을 노린 생계형 해적이 많은 반면, 로켓포로 중무장하는 아프리카 해적은 투자자, 납치조, 협상팀 등으로 조직화돼 있어 더욱 위협적이다.
해적 행위는 선박 납치, 화물 강탈, 납치한 선원의 몸값 요구 등 직접적 피해와 선박 운항계획 차질, 위험보험료 상승 등 간접적 피해를 야기한다. 무장 보안요원 승선, 선원대피처 등 보안시설 신설 등을 포함하면 해적대응을 위한 경제손실 비용은 연간 1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화물의 99% 이상을 선박을 이용해 수송하고 있다. 특히 원유, 가스 등 국가전략물자를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역, 말라카해협을 통해 수송하고 있어,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도 해적피해예방 및 대응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전 세계를 운항하는 우리나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선박위치정보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청해부대를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해 국적선박의 안전운항을 지원하고 있다. 해적 위협 상황이 접수되는 즉시 인근 연안국에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국제공조체제도 운영 중이다. 최근 우리나라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확보, 강화하고 해적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해적피해예방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 법이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해적행위에 대한 대응 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항해안전을 확보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에서 바이킹이 맹위를 떨치던 9세기에 우리 장보고 대사는 1만 병사로 청해진을 설치하고 동북아의 해적들을 소탕해 우리 국민이 해적에 피랍되는 것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무역의 중심이자 찬란한 해상왕국을 건설했다. 세계 6위권의 우리 해운산업도 지금의 위기와 역경을 딛고 머지않아 다시금 21세기 해상무역의 주역으로 더욱 당당하게 부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