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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국제유가 바라보는 중후장대… 최악 상황 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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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6. 11. 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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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미국 석유개발 광구 사진
“이제 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 9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5% 이상 급등하자 일부 국제유가 전문가들이 했던 얘기입니다. 이들은 연말로 갈 수록 유가 상승폭이 커져 연내 배럴당 60달러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치열한 50달러선 마디싸움을 벌이다 다시 한달 만에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OPEC이 감산에 합의는 했지만 생산량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면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미국 원유재고 증가폭이 1982년 이후 최대치라는 통계에 따른 변동입니다. 여기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유가 하향 압박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3일 기준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42.44달러, WTI는 43.41달러, 브렌트유는 44.7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각각 전날대비 2~3% 정도 떨어진 수치입니다. 유가를 전망하는 방향성은 불과 한달만에 역전 됐고, 국제유가가 연말까지 가파른 랠리를 이어가며 60달러선에 접어들 것이라던 사우디아라비아 장관의 발언은 이제 거짓말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업황 회복만 믿고 있는 중후장대 기업들이 많아 우려됩니다.

이달 초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사의 회생 자신감의 근거로 국제유가 상승세를 지목했습니다. 내년엔 60달러선, 2018년엔 65달러선까지 유가가 회복되면서 석유시추설비인 해양플랜트 발주도 2018년께부터 늘어날 것이란 분석입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불거진 부실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에서 너무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회사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비전을 보게 만들어야 하는 자리인 건 알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는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철강회사들도 자원시추 설비의 파이프 수요를 눈 여겨 보고 있는 강관업체나, 급감한 조선업계 수요 회복을 기다리는 후판생산 업체를 중심으로 유가 추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한켠에선 여전히 내년 유가 상승세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내년 북미지역 유정용 강관수출을 노린다는 회사가 많은 이유입니다.

사실 최근 수년 국제유가 급등락에 휘둘렸던 정유회사들은 이제 차분히 유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체질을 만들기 위해 몸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2014년 유가 급락사태 이후 정기보수 이외의 정제설비 투자를 일제히 멈췄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다운스트림 시설을 늘리며 사업다각화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본원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정유부문 신규 투자는 계획 조차 없습니다.

정유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유가의 흐름은 예측 불가였고 그 흐름에 따른 실적 움직임 마저 예상과 달랐습니다. 저유가 시대에 오히려 실적은 사상 최대치에 근접하게 개선됐고 뜻 밖의 호황을 누리면서도 정유사들은 계속 ‘위기’를 외쳤습니다. 대신 정유회사에서 종합석유화학회사로 거듭나며 유가 변동에 대한 충격을 완화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라 불릴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제 국제유가를 바라보는 국내 중후장대 산업들도 과거의 호황을 기다리기 보다는, 유가에 최대한 둔감해질 수 있는 체질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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