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보건당국과 차병원그룹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대표 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직후까지 차움을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통상적인 청와대 의료시스템을 뛰어넘는 것으로,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강남구 보건소의 차움 조사 결과 2012년 3월29일, 5월4일, 8월24일, 9월19일 최씨 차트에 박대표님 또는 대표님으로 표시된 처방은 당시 박 대표가 직접 진료 및 주사를 맞고 간 것을 최씨 이름으로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순득씨 차트상에 2012년 11월16일, 11월29일, 2013년2월7일 대표님과 박대표님으로 각각 표기된 것 역시 박 대표가 직접 진료 받고 주사를 맞은 기록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취임 후 2013년 9월2일 안가로 표시된 것은 간호장교가 채취해 온 대통령 혈액을 최씨 이름으로 검사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선 전 차움을 이용하면서 드라마 시크릿가든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썼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말이 돌자 차움 원장이 실명으로 기록할 것을 권했고, 이후부터 실명으로 기록했다. 병원 측은 당선 이후 박 대통령이 방문한 적이 없고, 가명을 쓰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에도 차움과 인연을 이어갔다. 그 연결고리가 김 원장이다. 김 원장은 불투명한 선정과정을 거쳐 대통령 자문의로 발탁됐다. 초대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초기 자문의 명단에 김 원장의 이름이 없었고, 이후 자문의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김 원장을 처음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 원장이 거침 없는 행보를 보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가 대리처방이나 단독진료 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 자문의’라는 날개를 달았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원장은 최순득씨 진료기록으로 주사제를 처방한 뒤 이를 청와대로 가져가 정맥주사는 간호장교가 놓고 피하주사는 직접 놨다고 조사에서 밝혔다. 최순득씨 차트에 ‘청’ ‘안가’라는 표시는 13회(처방날짜 12회) 나온다. 횟수가 그만큼 잦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의혹은 이뿐 아니다. 대통령 혈액을 차움으로 가져와 최씨 이름으로 검사한 이유 역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김 원장은 보톡스나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도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비타민주사요법 등의 권위자다. 그는 밤에도 주치의와 의무실장 배석 없이 대통령을 단독진료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관련성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가명을 쓰고 최씨 자매의 이름을 빌어 대리처방까지 받아야 했는지에 대한 열쇠는 김 원장이 갖고 있다. 이것이 대통령 변호인이 말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닌지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김상만 원장에 대해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혐의 및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을 한 혐의로, 김 원장을 포함해 차움에서 최씨 자매를 진료·처방한 모든 의사에 대해 위법한 대리처방이 있었는지 여부를 검찰에 수사 의뢰토록 강남구 보건소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