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불안이 투자·소비·고용을 모두 냉각 시키고 있음을 방증하는 각종 지표를 발표했다. 가계 구매력을 뜻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101.9P에서 11월 95.8P로 급감했고,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7개월여만에 기록한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지난 10월 기준 -4.9%로 침체 국면을 맞았고 10월 실업률은 3.4%로, 전년동월의 3.1% 보다 크게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내년 기업들의 투자·고용 계획이 채 수립되지 않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예년보다 규모가 줄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최근 S&P와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 정부의 정책역량을 감안할 때, 정치 리스크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탄핵 정국도 극복 가능하다’고 비교적 낙관적인 진단을 내렸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한국이 제도적 역량과 재정의 여유를 갖추고 있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정국불안 우려를 감추지 못한 채 ‘정치·사회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책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게 돼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 투자·고용에 대한 기업들의 발표가 줄을 이어야 정상인데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 미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진단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과거 외환위기 때도 잘못된 평가를 내렸다가 일시에 신용등급을 확 깎아버린 사례가 있다”며 “수치상으론 안정적으로 보일 지 몰라도, 불안심리 등을 읽으려면 더 섬세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소장은 “그들에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내린 판단일 수 있기 때문에, 외부 평가에 의존하기 보단 자체적으로 진단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진단은 기업 오너가 대규모 투자와 M&A 등의 결단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 재계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내린 평가일 수 있다”며 “안전하다는 평가만 믿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과거 IMF에 맞먹는 큰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반응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불황이 고착화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민간주체들이 불황에 익숙해져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실장은 또 “만약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에, 경기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향후 정치 불확실성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옮겨가는 국면에서 현재의 내수 불황이 고착화될 가능성을 지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