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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줬는데 기다리는 건 증세?… 재계 속앓이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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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7. 0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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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부자 증세’를 앞두고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호프 타임’을 전후해 일자리 창출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지만 정작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같은 예민한 사안과 관련해선 입도 떼지 못해,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정부는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종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내용 등의 첫 세법개정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지 불과 13일 만이다. 아직 어떤 세목을 얼마나 올릴 지는 특정한 바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추 대표 발언 다음 날 곧바로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라며 ‘증세’ 자체에 대해 공식화했기 때문에, 공감을 얻은 추 대표의 구체적 인상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증세 우려를 표하며 인상 저지에 사활을 걸어 왔다. 전방에 서 있는 경제단체들은 선거를 한달 여 앞둔 시점부터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공약’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경총의 경우 ‘신정부에 바란다, 경영계 정책건의서’를 통해 법인세율 인상이 소비자가격 인상과 임금상승 억제 등 부작용을 야기할 뿐 아니라 해외직접투자 유치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했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는 대한상의가 경제전문가들이 ‘법인세 현 수준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현재 재계는 법인세 인상이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는 정작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식석상에선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최근 국내 기업인 600여명이 참석한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도 법인세 인상에 대해 거론한 이는 없었다. 정부가 드라이브 걸고 있는 ‘재벌 개혁’ 과정에서 공연히 미움을 사 첫 타깃이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그 대신 대기업들은 스스로 투자를 늘리거나, 대대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책을 내놓는 등 정부에 선물을 안기고 있다. 이번 대통령과의 호프미팅을 전후해 벌어진 일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물대지원펀드’를 5000억원·2000억원 규모로 조성했고 현대·기아차는 1500억원 규모 협력사 전용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SK그룹은 ‘동반성장펀드’를 6200억원 규모로 늘려 2·3차 협력사들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고, LG그룹은 400억원 규모였던 LG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사 전용 기술협력자금을 1000억원으로 늘리며 2·3차 협력사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두산과 CJ그룹은 정부가 재계에 주문한 또 다른 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투자해야 할 대기업 돈을 걷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살아나면서 한국경제가 반등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 자금을 있는 대로 퍼다 쓴다면 결국엔 남아나는 게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0대그룹 수출실적 자료를 내고 “4년간 부진했던 한국 수출이 반등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 영향이 크다”면서 “각국의 보호무역조치 강화와 한미FTA 재협상 등으로 통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수출 친화적 환경 조성 및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2년 기준 OECD국 중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4%로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 조세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우리나라가 15%로서 OECD국 중 3위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도 이번 호프미팅 때 ‘기업인이 최고 애국자’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대기업들이 스스로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을 쥐어짜내야 할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상생하고 커 나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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