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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김상조 “유통분야 예측·지속 가능한 개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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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기자

승인 : 2017. 09. 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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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정책실장-공정거래위원장, 경제현안점검 간담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송의주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유통업계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를 비롯해 이갑수 체인스토어협회 회장(이마트 대표), 박동운 백화점협회 회장(현대백화점 대표), 강남훈 TV홈쇼핑협회 회장(홈앤쇼핑 대표), 김형준 온라인쇼핑협회 회장(롯데닷컴 대표), 조윤성 편의점산업협회 대표(GS25 대표), 김도열 면세점협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모두발언 전문.

반갑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오늘 간담회에 참석해주신 유통업계 대표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공정거래위원장에 부임한 후 3개월 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왔습니다. 유통업계 대표님들과 좀 더 일찍 만나 뵙지 못한 점 아쉽게 생각하며 오늘의 자리로 정부와 유통업계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길 바랍니다.

◇ 유통업계의 甲乙 문제와 새 정부 정책방향

여러분 모두 지난 8월 발표된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에 관심이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아마 하실 말씀도 많으실 것입니다.

오늘은 먼저 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과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대책은 우리 경제 곳곳에 뿌리내린 갑을(甲乙) 관계, 그리고 약자(弱者)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소위 ‘갑(甲)질’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2013년 남양유업 사태부터 최근 미스터피자의 가맹점주 갑질 논란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강자인 갑(甲)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 약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국민의 공분(公憤)을 유발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한번 문제된 기업은 그간 쌓아온 명성(reputation)을 한 번에 잃고 회생하기 어려운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그동안 유통업계도 이러한 갑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형마트, 백화점, TV홈쇼핑 등 압도적인 구매력(buying power)을 가진 대형유통업체들이 이를 남용해 납품업체에게 각종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고 불이익을 주어왔던 행태들이 문제되어 왔습니다.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되고 공정위의 법집행·제도개선이 이어져왔음에도 이러한 행태들은 지속·반복되고 납품업체 권익보호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공정위는 현행 법·제도와 집행체계만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이번 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미 발표한 것처럼 이번 대책은 ①대규모유통업법 집행체계 개선, ②납품업체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③불공정거래 감시 강화 및 업계 자율협력 확대의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과 실천과제들은 다들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우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복합쇼핑몰·아울렛 입점업체 보호,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의무, 공시제도 등 주요 실천과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실 것이란 점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라도 거래관행을 바꿔 공정한 시장을 만들게 되면 궁극적으로 우리 유통산업에 커다란 득(得)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이는 국민의 열망이자 시대적 요구인 경제민주주의를 향한 목소리에 우리 유통업계가 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 유통개혁의 성공 경험과 향후 추진전략

개혁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기간 젖어있던 습관과 생각을 바꾸는 일이라 하루아침에 끝내려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맛있는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쉬운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면 개혁은 반드시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또는 당장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광범위한 예외규정을 만들면 반대하는 목소리도 줄어들고 쉬운 길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개혁의 원칙이 무너지고 제도의 공백(loophole)이 늘어나면 시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실패한 개혁입니다.

그래서 개혁의 원칙은 후퇴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개혁은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개혁이 이루어지면 그 결과는 비가역적(irreversible)이어야 합니다. 유통개혁도 이렇게 추진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우리 유통업계는 이미 성공적으로 개혁을 이루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판매장려금 개혁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대형유통업체가 징수하는 ‘판매장려금’은 납품업체들의 가장 큰 애로 중 하나였습니다.

판매장려금은 본래 납품업체가 자기 상품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유통업체에게 지급하는 대가입니다. 그러나 납품업체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 판촉 목적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장려금을 징수하는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이는 납품업체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착취하는 통로로 변질되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2013년 판매장려금의 허용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판매촉진 목적과 무관한 장려금은 모두 금지하는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당장 막대한 수익원이 줄어드는 고통이 있었지만 정부의 개혁에 충실히 따라줬고 다른 부분에서 영업을 효율화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판매장려금 수취관행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2000년대 중반까지 20% 이상의 납품업체가 판매장려금 문제로 애로를 겪었으나 올해 2월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1%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판매장려금으로 애로를 겪는다는 민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판매장려금 규제 때문에 대형유통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유통업체들은 비정상적인 장려금 징수를 포기하고 새로운 거래의 룰(rule)에 적응하면서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었습니다. 더 강한 체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①공정위가 원칙에서 후퇴하지 않고 과감히 개혁을 추진했고 ②유통업계도 개혁의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룰(Rule)에 능동적으로 적응했기 때문에 판매장려금 개혁은 연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개혁도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며 원칙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시장에서 개혁의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항상 소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새로운 룰(rule)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개혁에 적극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자율적 상생노력 당부

유통은 생산과 소비를 이어주는 가교(架橋)입니다. 생산자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값싸게 공급해주는 한편, 시장의 최전선에서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해 생산자에게 피드백(feedback)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이 제 기능을 다 할수록 소비자 후생이 증가함은 물론, 생산자간 경쟁이 촉진되고 혁신이 유발됩니다. 이를 통해 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결국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유통산업의 경쟁력은 이와 같이 큰 틀에서 보아야 합니다. 상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와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업체의 경쟁력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이 선순환(virtuous cycle)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기적인 이익확보를 위해 협상력이 약한 납품업체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고 비용과 위험을 최대한 떠넘기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납품업체의 자금사정·투자여력 약화로 이들의 경쟁기반이 잠식되면 그 피해는 유통업체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대형유통업체의 부당한 이익 수취행위나 각종 비용·위험 전가행위는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법 준수를 넘어 유통·납품업체가 스스로 협력·상생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여러분께 한 가지 제안 드립니다.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함께 고민하고 동참해주십시오. 각 업태별 특성에 맞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갑시다.

정부도 불공정 거래관행은 철저히 바로잡는 한편, 유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고민도 함께 해나갈 것입니다. 유통업계도 개별 회사나 업태의 이해관계만 보지 마시고 산업 전체의 시각에서 정부와 함께 개혁의 동반자로 나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상생협력’도 이러한 맥락에서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각 협회들이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협회 차원에서 각 업태의 협력모델에 문제는 없는지 진단해보고 대안을 모색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마무리 발언

긴 말씀드렸습니다만, 무엇보다 오늘은 유통시장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 자율적 상생발전을 주제로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은 물론, 건설적인 정책제안까지 마음껏 이야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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