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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경/사진=윌 엔터 |
뮤지컬계를 뒤 흔들었던 배우 전수경이 무대에 이어 브라운관까지 접수했다. 맞는 캐릭터마다 강렬했고, 시청자는 열광했다. 배우는 작품을 통해 만난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게 축복인것처럼 전수경은 자신이 가진 순발력과 노련함을 바탕으로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 종영 후 만난 전수경은 우아하고 진중했다. 연기를 할 때에는 그 누구보다 뜨겁고 열정적이었지만, 두 아이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여리고, 쿨한 엄마였다.
전수경은 극중 사랑하는 딸 세라 박(송하윤)을 죽음으로 몬 양달희(다솜)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비키정 역을 맡았다. 성공을 위해 뻔뻔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양달희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비키정 뿐이었다.
"특별 출연의 개념으로 참여했는데, 시청자들께서 많이 사랑해주셨어요. 그래서 김순옥 작가가 비키정의 역할을 키워주신 것 같아요. 비키정이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저도 통쾌했죠.(웃음)"
이렇듯 양달희를 쥐락펴락하는 전수경은 매회 엔딩을 장식하며 시청률 1등 공신이라고 할수 있을 만큼 활약을 펼쳤다. 특히 죽은 줄 알았던 비키정이 양달희가 탑승한 엘레베이터에 다시 등장한 모습은 명장면으로 꼽힐 만큼 화제가 됐다.
"제가 맡은 비키정은 뻔한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등장도 임팩트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드라마는 마지막 장면이 중요하잖아요. 빨간 구두를 신고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다솜이가 주인공으로 돋보이게 해준 것 같아서 좋아요."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에는 전수경의 역할은 비중이 높았다. 매회 다솜과 붙는 장면에서 일어나는 몸·감정싸움은 강했고, 최고조에 이를수록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비키정이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비키정이 사이다" 등의 글들이 쏟아질 만큼 비키정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전수경은 비키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들이 있을까.
"드라마는 캐릭터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지는 않아요. 대본에 쓰인 힌트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순발력 있게 여러 가지를 준비하기보다는 그날 현장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보며 연기를 해요. 혼자 하는 연기가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과의 호흡·분위기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본상에 있는 기본적인 정보를 가지고, '세라 박은 외동딸이다' '같은 재벌이라도 학력과 환경·우아함이 다르다' 등을 캐치했죠. 저는 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그때의 경험들을 살려 현장 분위기를 보면서 연기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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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경/사진=윌 엔터 |
전수경은 다솜과 있었던 감정 연기 중 비키정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양달희 앞에 고양이를 등장시켰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저 장면을 촬영할때에는 제가 뮤지컬 '42번가'의 오프닝이 있던 날이었어요. 여러 가지 준비로 피곤함이 컸죠. 그래서 한 번에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피로감에 오는 극단적인 분노감이 크잖아요.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더라고요.(웃음) 연기를 할 때 힘든 건 분노스럽지만 그것을 다 표출하지 않는 힘 조절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또 동물이나 아기와 함께 촬영하는 것이 어려워요. 고양이가 현장이 낯설었는지 저와 안 떨어지더라고요. 저도 굉장히 강해 보여도 극단적으로 소심한 부분이 있고, 낯선 곳에서 그런 편이라 고양이의 공포감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끝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전수경은 대한민국 뮤지컬 1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컬 디바다.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 '시카고' '아가씨와 건달들' '라카지' 등 내로라하는 작품에 출연해 지금의 뮤지컬을 있게 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전수경은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시 생각했던 것은 다양한 역할과 유쾌한 작품이 기준이 된다고 털어놨다.
"저는 유쾌한 공연이 좋아요. 뮤지컬 분위기가 밝으면 옆에서 웃는 소리도 많이 들리고, 그 소리에 기분이 좋아져요.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실컷 울거나 웃으면 저희가 무대에 오른 값어치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정말 행복함을 느껴요."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쉼 없이 달려온 전수경에게 무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곳이다. 지난날을 돌아 봤을 때 연기와 무대는 어떤 존재일까.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무대가 전부였죠. 어렸을때부터 좋아하고 '이걸 해야겠다'고 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하지만 저는 하고 싶은게 정확했고 배우로서 유명해지고 싶었어요. 열정 하나로 시작한 일이에요. 연극을 돈 때문에 한 것은 아니었고, 매 작품마다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작품이 잘 나오길 바랬죠.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어요. 이제는 혼자 뛰면 힘드니, 후배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겼고, 나보다 더 잘 뛰는 후배나 동료가 있으면 더 잘 뛸 수 있게 옆에서 서포터즈 해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