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성 전 대법관 이어 두 번째 전직 대법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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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구속기소)의 공소장에 따르면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2016년 4~5월 청와대로부터 ‘위안부 관련 재단이 6월이면 설립되고 6~7월이면 일본에서 약속한 대로 돈을 보낼 전망이니, 그로부터 1~2월 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받았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2013년 9~10월 청와대나 외교부로부터 ‘재상고 사건이 조기에 선고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 사항을 수차례 받았다. 이에 2013년 9월 사법정책실 심의관 검토 등을 통해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했다. 외교부의 의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당시 외교부는 의견서 제출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정부의 입장과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국민 정서, 소멸시효 문제, 2015년 소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로 대일외교가 더욱 악화되자 의견서 제출을 미뤘다. 이에 당시 청와대는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이후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외교부는 법원행정처와 의견서 제출 일정 등을 협의했고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는 일본 전범기업의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을 통해 ‘조속히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는 취지로 의견서 제출을 독촉했다.
임 전 차장 역시 2016년 9월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외교부를 찾아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강제징용 관련 여러 가지 상이한 관점과 다양한 전후 배상문제 처리 관련 외국사례를 제출해 주면 이를 기초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이후 외교부는 2016년 11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당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고 지난해 3월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서 전합 회부 절차는 중단됐다. 이 같은 진행 과정이나 대법원의 재판계획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인 원고 측은 전혀 알지 못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주도한 당사자라는 점 등을 의식해 파기환송 판결의 절차적 문제점이나 외교적·국제법적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그 결론을 번복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대법원이 해당 재상고 사건이 접수된 지 5년을 넘겨 원심을 확정한 것은 대법원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원고 9명 중 8명이 사망하는 등 원고들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정부의 요청에 협력해 제네바 대표부 사법협력관 직위 신설 등 재외공관 법관 파견에 적극적인 협조를 받았고 상고법원 입법 추진, 대법관 임명 제청, 법관 증원 등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 것으로 봤다.
한편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9일 사건에 연루된 민일영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뒤 두 번째 전직 대법관 조사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대선개입 사건 상고심의 주심을 맡은 민 전 대법관을 상대로 당시 재판 진행 과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2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등의 동향을 기재한 내용이 담겼다.
이후 사건은 실제로 전합에 회부됐으며 전합은 2015년 7월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