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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외풍은 정부와 연이 닿아있는 낙하산 인사와 올드보이(OB)의 귀환이다. 지주사들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참여를 배제하고 CEO승계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후보군을 양성시키고 있다.
또 지주회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계열사 수장에 앉히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내풍’에 대비해선 계열사 CEO선임 절차 과정을 공개하고 이사회에서 계열사 CEO를 추천하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회장의 ‘셀프연임’에 대해선 후보 요건을 강화하고 나이를 제한하는 한 수를 두고 있다.
업계는 최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지주사들의 행보가 다기망양(多岐亡羊)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권한 축소에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회장에 이어 이사회 의장에도 나이 제한을 둬 올드보이와 연임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모범규범에 회장 선임 자격요건 중 만 70세 미만으로 연령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리금융이 CEO 선임시 나이제한을 두면서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대 주요 금융지주사 모두 CEO 연령 제한 규정이 신설됐다. 이 외에 우리금융은 내달부터 금융지주 부사장 2명과 계열사 CEO를 대상으로 회장 후보군 양성 프로그램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 출범시 만 70세 미만으로 회장 선임 연령 제한이 신설됐다”며 “CEO선임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CEO 연령 제한 외에도 지배구조 모범규범을 꾸준히 개정하고 있다. 지난해초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을 문제삼으며 지배구조를 지적하면서다. 금융당국은 지주회장이 막강한 권력으로 계열사 CEO 선임을 지휘하고 자신의 연임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봤다.
내풍을 막기 위한 연장선으로는 신한금융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있던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 회장을 배제시킨 일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그동안 현 지주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평가하고, 평가받은 사외이사가 지주회장을 연임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셀프연임’문제가 제기되서다. 우리금융도 이번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지주사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서 모두 배제시켰다. 이로써 KB, 하나, 농협, 우리는 물론 BNK금융, DGB금융, JB금융 등 국내 지주사들 회장이 사추위에 모두 참여하지 않게 됐다.
지주 회장의 연령 제한은 2011년 신한금융이 첫 발을 뗐다. 당시 한동우 전 회장이 CEO신규 신임연령을 만 67세 미만으로, 연임시는 만 70세를 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2010년 벌어진 신한사태와 관련해 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CEO 출마시 70세 미만으로 제한을 뒀다. 외부에서 CEO를 수혈하는 농협금융만 유일하게 CEO 연령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금융지주사들이 이처럼 CEO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낙하산과 올드보이의 귀환을 막기 위한 ‘묘수’이자, 지주회장의 막강한 권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에 지주회장에 나이제한을 둔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회장 선임 당시, 현 손태승 회장 외에 올드보이들이 후보군에 대거 이름을 올리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지주사들은 자체적으로 CEO승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여전히 높은게 사실이다. 2017년 금감원이 KB금융과 하나금융에 대해 형식적으로 CEO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후 양 지주사는 후보군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기업가치, 글로벌 등을 교육시키고 그 결과를 회추위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CEO승계 프로그램이 회장 선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그룹내 회장 후보군이었던 계열사 CEO들을 교체하며 사실상 친정체제 구축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업계선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져 나오자 지주사들이 나름대로 정관을 개정하며 이를 ‘방패’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CEO승계 프로그램 강화와 지주사의 인사권 영향력을 내려놓으면서 회장 독점 체제로 이뤄졌던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회장에 이어 이사회 의장에 나이제한을 둬 내외부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지주 CEO 선임은 물론 계열사 CEO 선임 작업에 개입하는 이사회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기관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이 새로운 ‘관치’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자율적으로 운영되긴 해야 하지만, 지주사 회장 나이 제한과 함께 이사회 의장 나이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 고려하는게 맞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