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상세현황과 관리활동 내용을 누락시키거나 CEO 선출과정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특히 약 100여개 회사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제시한 의견이나 찬반을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거수기 논란을 일으킨 깜깜이 이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 금융회사들이 점검 결과를 반영한 지배구조 보고서로 작성할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7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내부규범 및 연차보고서 공시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그동안 개별 회사를 대상으로 해온 점검을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한 첫 사례다. 점검 대상은 은행 16개, 금융투자 32개, 보험 30개, 저축은행 24개, 여신저축 14개, 금융지주 9개 등 총 125개 회사다.
먼저 78개 금융사가 임원별 자격요건을 법령상 소극적 요건 그대로 인용하거나, 적극적인 요건을 누락하는 등 부실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65개 금융회사는 금융회사가 정한 자격요건 충족 여부 및 사유를 제시하지 않거나, 평가의 구체성이 결여됐다.
예를 들어 A금융회사의 경우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금융회사로서의 비전을 공유하며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로서, 리더십과 경영혁신 마인드 등을 두루 갖춘 자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라고 대표이사 후보의 자격요건을 명시했으나, 명시한 자격요건을 대표이사가 충족했는지, 또 임원추천후보위원회에서 후보의 역량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외에 39개사는 임원의 권한과 책임을 주요 직무별로 구체화하지 않았고, 97개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제시한 주요 의견 및 안건별 찬성여부, 활동시간 등의 항목을 누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30개사는 임원별 후임자나 업무대행자 선정 방법 내용을 누락시켰고, 59개사는 CEO후보군 상세현황 및 관리활동, 후보군 변동사항 등의 공시를 누락하거나 구체성 없이 기재했다. 통상 지배구조 및 연차보고서 서식은 협회에서 결정하는데, 작성 서식에 따르면 내부 및 외부 후보군의 구분과 후보군 출신, 후보 추천 경로를 기재하도록 돼있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CEO후보군 관련 사항은 ‘내부적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세히 명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CEO 선정 이후에도 과정 및 후보군 추천 경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온 게 사실이다.
21개사는 이사회 보고 및 의결사항, 위원회 권한·위임 항목을 누락하거나 부실기재했고, 76개사가 이사의 불참사유, 의결권 제한사유, 위원회 평가에 관한 일부 항목을 누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전체 점검 항목 28개 중 13개 이상이 미흡한 걸로 나타난 12개 금융회사에 대해 실무자 간담회를 실시했다. 이 후 점검결과 및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공시서식의 합리화를 금융협회 등 유관기관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점검은 ‘개선’의 목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미흡한 금융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이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관련 점검 결과를 이날 발표한 것도 의미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금융사들은 3월 주주총회 전후로 연차보고서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공시한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회사들이 작성할 지배구조 보고서들이 이번 점검 결과를 반영했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지배구조 내부규범 관련 점검을 정기적으로 할지 테마점검으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CEO선임이 끝난 이후에도 후보군이 어떻게 추천됐고, 실제 몇명과 경합을 벌였는지 자격요건을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사후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협회와 어느정도까지 공시하는게 적절한지 교감하고 구체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