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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사춘기는 통상 13, 14세때 찾아와서 2~3년을 앓다가 지나간다. 그런데 은퇴를 하게 되는 시점에서도 사춘기가 찾아온다. 40년 전에 겪은 사춘기가 신체 내부의 호르몬 변화에 의한 것이라면 지금은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때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강도나 부작용은 처음 겪었던 사춘기 못지 않다.
은퇴 사춘기는 우선 은퇴 직후 한두 달 정도 겪는 1춘기 ‘거부’국면에서 시작된다. 은퇴를 했지만 왠지 장기휴가를 간 것 같은 느낌에 빠지며 이전에 회사에서 만났던 인맥들에게 전화를 하고 저녁에 만남을 가진다. 그러고 두 달 정도가 지나면 2춘기 ‘우울’국면이 찾아온다. 연락할 사내인맥도 거의 끝나고 뭔가는 하고 싶은데 자신을 뚜렷이 찾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조울증 환자처럼 기분이 좋았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우울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잘 나가던 A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2춘기 이후 1년이 지나도 재취업을 못 하거나 집중할 만한 취미를 가지지 못한 경우에는 3춘기 ‘분노’ 국면이 찾아온다. 같이 퇴직한 후 좋은 조건에 재취업된 동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세상의 불공평함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 시기를 잘 넘겨 마지막 4춘기인 ‘수용’ 국면으로 빠지면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2춘기와 3춘기의 함정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 특히 과거 직장생활에서 지위가 높았을수록 함정은 더욱 깊다. 화려했던 자신의 지난시절을 돌아볼 때마다 속에서 분노는 치밀고 주변에서는 점점 왕따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의 저자인 사회심리학자 배티 프리던은 ‘노년이란 인간이 자신을 완성해 가는 시기’라고 했다. 성장과 죽음처럼 은퇴 또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런 과정이라면 빨리 은퇴 사춘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만 즐거운 인생 2막을 열 수 있다. 이를 위해 화려했던 과거의 기억들은 가급적 빨리 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서 인생이라는 축구게임은 이제 막 전반전을 끝냈을 뿐이다. 이미 끝난 스코어에 집착해 봐야 다음 경기에 악영향만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실은 인정하되 긍정적 마인드를 잃지 않고 차분히 전략을 다시 짜면 후반전에 얼마든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가 쓰레기에게 던진 말처럼 ‘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