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만이 아니다. 14일 6000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 것도 예사롭지 않다. 홍콩 시민들이 이번에는 죽기 살기로 정부에 저항하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다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홍콩 매체들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이 노래가 불린 곳은 도심인 차터가든 공원으로 집회 참석자들은 지난 12일 시위와는 달리 ‘홍콩의 어머니’라고 자칭하는 여성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후 6시부터 공원으로 속속 모여든 이들은 검은 옷 차림에 흰색 카네이션과 피켓을 들었을 정도로 일사분란했다. 휴대폰 플래시로 촛불을 재현하면서 시위에 참여한 자신의 아이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한 시민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둥어와 한국어로 부르는 광경이었다. 대부분 집회 참석자들도 노래를 아는 듯 떼창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우리는 톈안먼(天安門)어머니회가 되고 싶지 않다”는 구호를 외쳤다는 사실이 아닐까 보인다. 30년 전 발생한 톈안먼 유혈 시위로 자녀들을 잃은 중국의 어머니들처럼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는 주장으로 경찰이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의 의미도 담고 있다.
|
도심에 물대포와 최루탄이 난무하는 현재 홍콩의 분위기는 상당히 심각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면서 ‘톈안먼어머니회’까지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정말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법안 자체를 폐기시킬 생각이 없는 듯하다. 하기야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홍콩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당연히 홍콩 시민들의 저항도 격렬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사태가 피를 부를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