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 선언적 발표… 실제 조치로 이어질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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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문 대통령이 30대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나눈 대화는 정부가 소재기업 육성을 위해 최대한 뒷받침에 나설테니 주요기업간 공동기술 개발, 대·중소기업간 부품기술 국산화 협력에 나서달라는 당부가 요지다.
하지만 재계에선 그동안 주요 대기업들의 수직 계열화와 관련사업 내재화에 대해 비판해 온 정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회의적이다. 재계관계자는 “부품·소재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업들이 전후방 산업 강화를 위한 M&A나 투자를 할 때마다 정부는 내부거래 확대에만 초점을 두고 죄악시해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국내기업의 손발을 묶어둔 정부가 반성 대신 소재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관전평만 내놨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주력사업의 소재·부품을 그룹 자체적으로 공급하려는 수직 계열화에 집중해 왔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SK의 반도체소재와 한화의 태양광소재가 대표적이다.
강화되고 있는 공정거래법도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계열사가 아닌 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이같은 지주사 행위제한은 투자 여건을 까다롭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또 여전히 순환출자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는 회사들로서는 풀어야 할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지주사 형태를 갖추고 있는 그룹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자회사를 만들어 신사업을 시도해보고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주사가 벤처캐피털(CVC)을 설치할 수 없게 막아놨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대한 확장이 용이하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의 투자회사 설립 통제는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기인한다.
갈수록 강화되는 안전환경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화학물질등록및평가에관한법률(화평법)이나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규제로 인식돼 있다. 기준을 맞추려면 복잡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고 사고시 ‘사업장 작업중단’ 등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환경과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기밀·지식재산권까지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화학공장 건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도 문제다. 최근 환경부와 지자체는 지역 화학·철강사들에 강도 높은 환경보호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감시의 장벽이 높고, 시장에 진입해서도 규제 완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사회적 여건이 조성돼 있다”며 “기업들의 사업 활동반경을 넓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대기업과 손잡고 협력에 나서거나 합작사를 만드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운영 과정에서 ‘시장 독과점’ 및 ‘담합’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영업기밀이 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선 소재사업 규모가 작은 탓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이미 상당 부분 글로벌 공급망이 설치돼 있다”며 “정부간 외교·정치적 문제로 그 고리가 끊기고 있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력 산업에 투자할 역량을, 갑자기 끊긴 공급망 회복을 위해 투자했을 때 우리산업의 근원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