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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단은 3파전으로 상정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앞서고 있는 후보는 차이 총통이라고 봐야 한다. 올해 초만 해도 경제 실정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만회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전에 성공한 이유는 많다. 우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국시(國是)로 하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불사’ 의지를 꼽을 수 있다. 연초부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까지 나서 이런 입장을 밝혔으니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 원칙을 정강(政綱)으로 삼고 있는 민진당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대만 정부가 중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보란 듯 미국으로부터 22억 달러의 무기를 구매해 중국의 반발을 산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홍콩인들의 반송중(反送中)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는 현실도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사실상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대만인들이 분명히 확인한 상황에서 친중(親中) 정책을 견지하는 국민당이 우세를 점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차이 총통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나머지 두 후보의 경쟁력도 상당해 언제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탓이다.
한 시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이른바 한류(韓流·한궈위 돌풍)를 이번에도 재현한다면 막판 뒤집기가 충분히 가능하다. 더구나 그는 홍콩 시위가 본격화되기 직전만 해도 지지율에서 차이 총통에게 상당히 앞선 바도 있다.
무소속의 커 시장 역시 저력이 있다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인 타이베이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어필할 경우 기적의 드라마를 쓰지 말라는 법도 없다. 더구나 중국의 위협이나 홍콩 시위 사태도 ‘대만 독립’을 은근하게 주장하는 그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대만인 쉬(徐) 모씨는 “커 시장은 개인적 인기가 대단하다. 만약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면 선거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수 있다”면서 커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제는 경선에서 패한 궈 전 회장이 국민당 탈당 후 출마를 선언할 것인가 여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본선에 출마할 경우 그 어떤 후보와 붙어도 승리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에게 상당한 유혹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출마할 경우 경쟁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총통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