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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보에 밝은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18일 전언에 따르면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사회 연합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상황이 조금이라도 악화되는 조짐을 보일 경우 무장경찰이 홍콩에 진입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 정부의 명령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출동에 나서라는 지침이 전체 병력에 하달된 걸로 알려지면서다.
더구나 국회에 해당하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날 미국을 겨냥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내정 문제인 홍콩 사태에 간섭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후 시위 사태의 책임자들을 강력 처벌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한국인 사업가 나정주(羅正柱) 씨는 “중국이 일단은 상황의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것 같다. 이번 시위가 통제 불능으로 가지 않은 것이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미 2000여명의 본토 경찰이 잠입했다는 설이나 200여명 전후의 정체불명 남성들이 18일 10∼20명씩 무리를 지은 채 선전에서 홍콩으로 건너왔다는 소문 역시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시위대 속에 중국과 홍콩 당국이 심어 놓은 프락치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시위가 지리멸렬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은 상존한다는 진단이다.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대대적인 검거 선풍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게도 된다.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과 시위 주동자들은 중국의 무력 개입 여부와 관계없이 결사항전의 결의를 굳게 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2014년 우산 혁명 당시의 지도자인 조슈아 웡을 비롯한 데모시스토당 지도부는 “30년 전의 톈안먼(天安門) 유혈사태의 비극이 홍콩에서 재연될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홍콩의 한 호텔 로비에서 미국 영사와 만나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홍콩을 파국으로 이끌 수도 있는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